거리두기 2단계 앞둔 대전예당 ‘마지막날’
삼엄해진 방역…100석만 개방
청소년합창단 공연 끝으로 휴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전국 확대 하루를 앞둔 지난 22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창작 합창 음악극이 열려 단원들이 피날레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제공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이젠 코로나19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과의 불편한 동거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비장미 넘쳤던 공연이 끝난 후 들린 젊음의 환호성은 어쩌면 수고했다는 의미를 담은 서로에 대한 격려이자 또 언제가 될 지 기약하기 힘든 무대에서의 재회를 아쉬워하며 내뱉는 외침일 게다.

전국으로 확대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대전예당,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을 비롯한 대전지역 공공문화시설이 내달 6일까지 임시휴관하는 가운데 지난 22일 마지막 공연이 펼쳐진 대전예당을 찾았다.

오후내 세차게 오던 소나기도 염치는 있었던 모양이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잔뜩 지푸렸던 하늘도 심술을 멈추고 대전예당으로 가는 길을 틔워줬다. 허나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는 출입구부터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내 삼엄함 감도는 출입 절차를 마주했다. 마스크를 콧등까지 덮고 들어선 후 스마트폰 QR코드를 이용, 전자출입명부 인증을 한 후 발열체크, 손소독까지 이어지는 찰나엔 행여 입장이 거부될까 괜스레 가슴이 철렁인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전국 확대 소식이 전해진 이날 코로나19로 연기를 거듭하다 천신만고 끝에 관객과 만난 대전예당·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공동기획 창작합창음악극 ‘단재의 혼’은 재휴관 전 마지막 공연이 된 탓에 단 100석만 오픈했음에도 현장 관계자들의 얼굴엔 적잖은 긴장감이 묻어났다.

오후 5시가 되자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방송을 끝으로 공연의 서막이 올랐다.

단재 신채호의 ‘천고’ 발행, 청산리·봉오동전투 100주년을 맞아 마련된 공연은 인물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은 점이 이채롭게 다가온다. 아관파천, 경술국치, 3·1운동, 국채보상운동, 봉오동전투, 청산리전투 등 굵직한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며 때론 폐부를 찌르는 대사로, 때로는 심금을 울리는 합창과 음악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대한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음을, 대한의 목숨 바친 영웅이 있음을’이라는 가사가 울리퍼지던 피날레 무대 위 시립청소년합창단원들 얼굴 위로 100년 전 역사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 이유다.

공연 후 막내린 커튼 뒤로 단원들과 함성을 지르며 성료를 자축하던 이서연(14·대전노은중) 양은 “수 개월간 대면·비대면 연습을 하며 극 중 인물들의 애국심에 빠져 힘든 줄 모르고 공연을 준비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단원들 얼굴을 또 얼마간 보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좋은 공연을 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누구보다 공연에 심혈을 기울여 온 천경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에게도 이번 공연은 퍽 감회가 새롭다. 천 감독은 “10개월을 연습한 고생을 한 번에 날려버리듯 지금까지의 공연 중 단연 최고였다”며 “단원들이 오늘의 기회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게 되길 바란다”고 치사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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