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강은 꿈이었다
너무 먼 저편

탯줄은 강에 띄워 보내고
간간이 강풍에 진저리치며
나는 자랐다

내가 자라 강을 건너게 되었을 때
강 저편보다 더 먼 나를
건너온 쪽에 남겨두었다

어느 하구 모래톱에 묻힌 나의
배냇기억처럼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강은 언제나 꿈을 꾸는 자의 것. 금강은 언제나 꿈꾸는 자의 가슴 한복판을 가르며 힘차게 흘러왔다. 그러므로 꿈은 늘 강 저편에 있는 것. 그리고 꿈 저편에는 늘 강이 흐르고 있다. 어느날 그대의 최초 울음소리로 비롯하였던 강에 탯줄을 묻고. 그 강에 목마름을 적시며 그대는 무럭무럭 자랐다. 그리고 끝내 그대는 그 강을 건너게 되었던 것이다. 금강은 건너는 자에게는 강이지만 건너지 않는 자에게는 높은 벽이다. 금강은 언제나 건너는 자에게만 꿈을 내어주었다.

그동안 강을 건너온 당신이 넘치는 힘으로 출렁대며 흘러온 시간은 얼마인가. 당신은 잊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강을 건너오며 강 저편에 당신을 더 먼 그대로 남겨두고 온 것을. 강물이 밀리는 시간마다 마음 안으로 차오르는 파도. 어린 날 우리가 놀던 모래톱. 거기에 지었다 부숴버린 수천 개의 두꺼비집.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그때 먼 마을마다 집집이 굴뚝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집을 나섰던 식구들이 하나둘 돌아와 채워가던 집안의 온기. 그 따듯한 배냇기억처럼.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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