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청 일부 공무원이 직무 관련 업체 관계자들과 사적 모임을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전혀 모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직자의 불편부당한 업무처리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된 인사들과 불필요한 개별 접촉이 금지돼 있다.

한두 명의 실수도 아니고 다수의 공직자가 직무 관련 업체 관계자들과 오랜 시간 사조직을 결성해 운영했다면 문제이다. 더욱이 이 모임 소속 공직자가 근래 승진을 하고, 업자가 납품이나 용역 수주를 했다면 문제는 커진다.

특히 회비 없이 모임을 운영하고 순번제로 식사비를 지급했다면 사회상규를 벗어난 접대 성격으로 규정할 수 있다. 30여 명의 식비를 혼자서 부담했다면 각종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꼭 김영란법에 적용하지 않더라도 공직자로서 외부 인사들과 대규모 사적 모임을 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특별한 친분을 유지한다면 오해의 소지가 크다.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주무관부터 팀장, 과장에 이르기까지 관련돼 있다니 다른 공직자가 바라볼 때 부적절한 친분이 형성될 수 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직무 관련 민간 업자들도 사업 연관성을 의심받을 만하다.

이미 시청 내 공직자들 사이에선 이 모임 가입자들이 승진에서 유리한 혜택을 입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하니 그냥 수그러들 문제가 아니다. 공직자에게 승진은 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한심스러운 것은 이 모임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여기에 추가로 가입하고 싶어하는 공직자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부적절한 사조직을 해체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가입하려 했다니 어이가 없다.

몇 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시와 직무 연관성이 있는 외부업자들과 단체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면 자금의 출처를 비롯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제천시는 이 모임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샅샅이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하나회가 해체된 지 27년이 지났고, 김영란법이 발효된 지 4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떠한 부정도 용납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세상이 이렇게 많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과거의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 공직자들이 이토록 많다니 개탄스럽다. 제천시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제발 막고 공직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란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의심받을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모든 공직자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왔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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