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 끄는 마부상
스핑크스 복원도
스핑크스
아폴론의 어머니 레토
황소로 변한 제우스상
지구의 배꼽 옴팔로스
델피박물관 계단
원형극장
청동탑 원본(이스탄불)
청동탑
아테네보물창고 복원도
아테네 보물창고
옴팔로스
아폴론상(아테네)
아폴론 신전 유적
아폴론 신전 유적
아폴론신전 가는길

[금강일보] 그리스 신 중 최고인 제우스 신전은 곳곳에 세워졌는데, 그리스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올림피아가 최초이고, 올림피아는 고대 올림픽 발상지로 유명하다. 또, 아테네의 고대 아고라의 제우스 신전은 아테네의 최고 전성기인 페리클레스 때 지은 신전으로서 그리스 최대의 신전이었다. 그런데, 그리스에 수많은 신전이 있지만, 델포이(Delpoe)의 아폴론 신전의 신탁이 가장 유명하다. 델포이는 그리스 중부의 코린트만에서 내륙으로 약 10㎞쯤 떨어진 포키스 협곡(Phocis)의 파르나소스산(2457m) 중턱에 있는데, 아테네에서 서북쪽으로 자동차로 3시간가량 걸리는 곳이다.

델포이에는 원래 세상이 혼돈(Chaos)상태이던 시기에 우주의 근원인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를 모신 신전이 있었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가이아는 홀로 우라노스(Uranus)를 낳고, 그 우라노스와 사이에서 아들과 딸 12명을 낳아 ‘티탄(Titans) 12 신족(神族)’을 이룬 여신이다. 가이아 신전은 가이아의 아들인 왕뱀 피톤(Phyton)이 지키고 있었으며, 지명도 피톤이라고 했는데, 아폴론이 피톤을 활로 쏘아죽이고 신전을 빼앗아 아폴론 신전으로 바꿨다.

제우스와 레토 여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폴론은 델로스섬에서 자랐는데, 제우스는 아폴론을 피톤으로 보낸 것은 피톤이 세계의 중심으로 판단한 때문이었다. 어느 날, 제우스는 자신이 지배하는 세상의 중심이 어디인지 알아보려고 독수리 두 마리를 동쪽과 서쪽으로 각각 날려 보냈더니, 독수리들이 만난 곳이 피톤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지구의 중심이라는 표지로 ‘대지의 배꼽(Omphalos)’을 세우고 아폴론을 보냈다. 그 이후 그리스인들은 그리스가 세계의 중심이며, 델포이가 그 배꼽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중국인들이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하는 중화사상과 비슷하다. 아폴론이 피톤으로 올 때, 돌고래(dolphin)로 변신하여 선원들을 복종시킨 돌고래 사건으로 피톤의 지명을 ‘델포이’로 바꾸고, 어머니 레토를 괴롭혔던 피톤을 죽인 것인데, 아폴론은 태양신이자 음악의 신, 점술의 신으로 추앙받으면서 영험하다고 소문이 났다. 아폴론 신전은 사사로운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중대사도 신탁했고, BC 8~7세기경에는 그리스의 왕,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철학자들은 물론 멀리 리디아·이집트, 오리엔트에서도 찾아올 만큼 유명했다.

아테네보다 훨씬 번창했던 델포이는 그리스가 로마에 정복되고, 392년 로마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이교 숭배 금지령으로 신전이 폐지되면서 작은 산간마을로 변하고, 지명도 델피(Delphi)로 바뀌었다. 아테네에서 델피까지는 약 3시간이 걸리며, 패키지여행이 아니라면 정기노선 버스를 이용하거나 렌터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매표소에서 델피 유적과 박물관까지 관람할 수 있는 통합티켓을 산 뒤 유적지 안으로 들어서면. 담장으로 둘러싸인 장방형의 유적지는 아폴론 신전까지 산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중심으로 위쪽의 신성지역과 아래쪽의 김나지움, 마르마리아 유적지로 나뉘는데, 길 양쪽에는 아고라(Agora), 델포이 의사당, 여러 도시국가에서 헌납한 보물들을 저장했던 보물창고 터 등이 있다.

델포이는 터키 에페소 유적이나 히에라폴리스 유적지에 비하면 상당히 협소하고, 가파른데, 아폴론 신전에 이르기 전 왼편의 석조건물이 도시국가 아테네가 봉물을 보관하던 보물창고이다. 그 옆에 제우스가 델피가 지구의 중심이라고 표시한 ‘대지의 배꼽’이 있다. 이 돌은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Kronos)가 자식들을 잡아먹을 때, 아내 레아가 제우스를 낳은 뒤 아기라고 속이고 돌을 강보에 싸서 먹인 것을 토해낸 것이라는 설도 있다(자세히는 2020. 7. 15. 그리스신화 참조). 또, 아폴론 신전 앞에 있는 옴파로스는 복제품이고, 델피 박물관에 있는 것이 원본(?)이다.

그런데, 당초에 세웠던 아폴론 신전은 소실되고, BC 6세기 말에 세웠던 두 번째 신전도 지진으로 무너져서 지금은 대리석 기둥 6개와 조각품 몇 개만 남아있다. 1892년부터 발굴을 시작한 결과 신전은 가로 60m, 세로 23m에 38개의 도리아식 기둥이 직사각형으로 전실, 후실, 신실의 3개의 방으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신전 전실의 벽에는 고대 현인 7명의 격언이 새겨있으며,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경구도 사실 신전의 벽에 새겨진 것이라 한다.

그리스는 신전마다 신과 인간 사이를 연결해주는 여사제 피티아(Pythia)와 신탁을 옮겨적는 남자 신관(神官)이 있었다. 신탁을 받고자 하는 사람은 신관에게 의문을 말하면 신관이 피티아에게 이것을 전하고, 피티아는 아폴론 신에게 물어서 신탁을 받는 절차였는데, 영웅전을 쓴 플루타코스(Plutarchos: 50~120)에 의하면 피티아는 오늘날 무녀(巫女)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10대 처녀 중에서 선발했으나 성폭행 사건이 자주 벌어지자 50세 이상 여성으로 바꿨으며, 피티아의 신탁을 기록하는 신관도 델포이 시민 중에서 선정된 남성이 평생 맡았다.

플루타코스 자신도 델포이 신전의 신관 중 1인이었다는 사실은 델포이 신전의 명문(銘文)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플루타코스는 데모스테네스· 테세우스· 알렉산드로스 대왕, 폼페이우스 등 고대 그리스 영웅 한 명과 카이사르 등 로마제국의 영웅 한 명씩을 각각 비교하는 형식으로 50여 명의 영웅을 소개했는데, 영웅전의 원제목은 ‘대비 열전(Bioi Paralleroi)’이다. 이로써 우리는 한니발의 카르타고 군대와 로마군대가 벌인 포에니 전쟁 등 고대 그리스 전쟁과 정치를 알게 되었다.

아폴론 신전을 지나서 위로 올라가면 BC 4세기에 지은 델포이 극장이 있다. 델포이 극장은 35단의 계단식 관람석에 약 5000명이 동시에 음악이나 연극 등을 관람할 수 있는 대형 원형극장으로서 뒤는 파르나소스 바위산이고, 앞에는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아래로 올리브 나무가 울창한 것이 산울림의 공명(共鳴)을 고려한 것 같다.

또, 아폴론이 가이아 신전을 지키던 거대한 세 마리의 왕뱀 피톤을 죽인 것을 기념하여 세웠던 8m 높이의 청동 탑은 그리스를 정복한 로마가 비잔티움의 수도였던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의 마차 경주장(Hippo Drome)으로 뜯어가고, 현지에는 근래에 복제품을 세웠다. 우리 가족은 터키여행을 마치고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갔는데, 마차 경주장에서 본 ‘서펜타인 기둥(Serpentine Column)’이라고 하는 청동 탑의 뱀 머리는 떨어져 이스탄불박물관에 전시하고, 경주장에는 청동 탑만 뎅그마니 서 있다.

언덕길을 조금 내려가면 아폴론이 피톤을 물리친 기념으로 만든 피티 경기장도 있다. 그리스에서는 올림피아·네메아. 이스트모스. 델포이의 피티아 등 네 군데의 축제가 가장 유명했으며, 피타아 축제도 4년마다 올림피아기의 3년째에 열리면서 피티아드라고 했다(올림픽에 관하여는 2020. 8. 26. 올림피아 참조). 오늘날 ‘체육관’이라고 번역되는 김나지움(Gymnasium)은 ‘옷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라고 할 만큼 선수들은 벌거벗은 상태로 경기를 벌였는데, 이것은 어떤 무기도 감추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시합한다는 표현이었다.

1902년 개관한 델피 박물관은 아키익 시대(Archaic: BC 650~ BC 480)부터 로마 시대까지의 델피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그리스 조각상 얼굴의 독특한 미소를 ‘아키익 미소’에 관하여는 2020. 8. 19 아테네 고고학박물관 참조, 또, 클레오비스와 비톤 형제상을 비롯하여 황금 머리 황소, 낙소스 인의 작품인 스핑크스(Spinx), 전차를 끄는 청동 마부상, 무희의 기둥 등이 있다. 스핑크스는 이집트 나일강 변에 세워진 스핑크스를 떠올리지만, 이곳의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운명이라는 아폴론 신탁을 듣고 테베로 가던 중 만난 수수께끼를 냈던 괴물 스핑크스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