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3년 타당성 재검토 시한도래
서점·출판업-소비자 찬반 엇갈려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책을 마음대로 할인해 팔지 못하도록 하는 도서정가제를 놓고 찬반양론이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동네 서점과 작가를 보호하고 양질의 저작물을 내놓게 할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보는 시각과 대안 없이 소비자들에게 모든 가격 부담을 전가하는 정책이라는 주장이 충돌하면서다.

도서정가제는 책을 소비자에게 가격 할인과 경제상 이익을 조합해 정가의 15% 이내에서 판매하는 제도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도서로의 접근과 선택권을 보장하고 저작자 창작의욕 고취, 양질의 출판 환경 조성, 출판·유통업계 상생 등 건전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자는 게 취지다.

도서정가제는 지난 2014년 첫 시행 후 3년마다 한 번씩 타당성을 재검토하는데 오는 11월 20일이 시한으로 다가온 지금까지 폐지와 완화, 유지 여부를 쉬 결론짓지 못 하고 있다.

당장 서점·출판업계는 잘못된 판단으로 도서정가제가 훼손될 경우 서점과 출판사 몰락 현실화를 우려한다. 작은 출판사와 동네 서점 종사자에게 도서정가제는 말 그대로 출판 생태계 지킴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인데 한국출판인회의가 1일 발표한 도서정가제에 대한 전국 서점 및 출판사 1000곳의 인식 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제도 유지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 엿보인다.

해당 조사에선 67.4%가 현행 제도를 지지하며 그간 제도 운영의 성과로 경쟁 완화(58%)와 공급률 안정(54%)을 꼽았다. 특히 도서정가제 개정 방향에 대해 서점은 92.7%, 출판사는 71.6%가 강화 내지 유지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에서 출판사를 경영하는 A 씨는 “저자와 1대1로 출판 계약을 맺는 지역의 풍토가 도서 제작비나 판매비, 루트 등 대형 출판사에 견줄 바는 못 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서정가제는 현장을 유지해 나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엔 변함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도서정가제로 인해 가격 혜택이 줄었고 소비자 선택권도 없어졌다는 견해도 있다. 가격이 고정돼 소비자들이 굳이 동네 서점을 찾기보다 대형 서점·온라인 서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서다. 이 같은 판단엔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할인율을 제한한 후 이전보다 높아진 가격 탓에 소비자들의 도서 구입이 줄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김주원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도서정가제는 소비자에게 좀 더 좋은 문화적 가치를 전파하는 게 목표지만 오히려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제도”라며 “소비자 후생과 도서 소비의 감소세 측면에서 도서전, 리퍼도서, 장기 재고도서 등을 도서정가제 예외 적용으로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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