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공동체연구원장·한밭대 교수

 

수능시험 일정이 불확실하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올해 중 시험을 치를 수 있을지, 치르지 못할지 확언하기 힘들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수능일자의 연기 및 미국식 가을학기제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수능시험은 대학입시의 중요한 관문이다. 대입제도는 과거 예비고사라는 대입자격 국가고사와 대학본고사의 2단계 전형 시절이 있었으나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수능시험 전형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1회의 수능만으로 전형을 하다 보니 학교의 교육은 국·영·수 중심의 수능교과에만 집중되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져 학교교육은 심각하게 비정상화되고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재능과 학력을 높여주려는 교육 본연의 역할에 소홀히 했다.

따라서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제도를 도입해 고교과정에서 학생들이 취미와 재능에 맞는 다양성 교육을 하고 대학은 학과의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도록 한 것이다. 학종은 대학이 대입전형 전문가인 입학사정관을 통하여 지원자의 고등학교 학업성취도, 환경, 지원학과(전공)에 대한 소질 및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대학의 인재상이나 모집단위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중, 고교 교육의 정상화 수단이다. 학종의 장점은 매우 많다. 수능시험 한 번으로 대입이 결정되는 단점을 피하고 학습과정에서 학생의 재능, 잠재력을 살릴 수 있으며 학교생활 전 과정에 충실해야 하므로 학교교육 정상화에 유리하다.

그러나 교사가 작성하는 생활기록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학생의 자기소개서도 학원이나 사설 멘토에 의해 작성되는 경우가 있어 학부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어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언론에서 지적되는 편법 부정입학 사례가 발생하면서 폐지 논란이 대두되기도 했다. 교육부는 대학에 학종전형의 비중을 낮추도록 권고하여 대체로 50% 이내로 선발하려 하고 있다.

그러면 어떤 제도가 좋은 것인가? 필자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이다. 학종의 경우에도 교사가 공정하게 학생부를 작성하도록 해야 하고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에도 공정하게 선발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된다.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도 대부분 수능과 학종을 병행하여 대학이 자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혹자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할지 모르나 그렇다고 포기할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편법, 부정이 없도록 제도를 정비하면 성숙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우선 미국의 수능제도와 고교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개선방향을 살펴본다. 미국의 대입전형은 거의 대학 자율로 결정하여 대학마다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우리의 수능에 해당하는 학력고사(SAT, ACT)와 학교성적(GPA), 자기소개서와 해당하는 에세이의 조합으로 선발하며 조합의 비율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선발시기도 우리와 같이 수시와 정시가 있어 외관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으나 운영방식이 크게 다르다. 첫째, 학력고사 시험횟수이다. 미국은 연간 7회 응시하여 선택적으로 대학에 제출할 수 있다. 응시자격 제한도 없어 보통 고2, 고3학생이 응시하여 한국처럼 사활을 건 단 1회의 시험방식이 아니다.

둘째, 대학지원 시기도 다양하다. 우리는 고3말에 지원하지만 미국은 고3초부터 대입지원을 할 수 있고, 대학은 개인별로 다단계 심사과정을 거치며 단계별로 합격여부를 통보한다. 학생은 연중 제한 없이 많은 대학에 응시해 자신에게 맞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 셋째, 전형방법이 자율적이다. 입학사정관이 있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으나 책임과 권한이 크고, 대학에 따라 고교3년 또는 4년의 학교성적과 활동을 요구하기도 하고, 에세이와 증빙자료를 요구하며, 전화나 대면 면접을 하기도 한다. 장시간의 개별 심층면접을 하는 경우가 있어 학생의 재능과 에세이에 대한 심층평가가 가능하다. 상담교사의 추천서는 대체로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전형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미국의 고교교육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담임교사도 없고 교과과정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입학 준비도 얼마나 자신을 잘 다스리며 준비하고 공부하느냐다. 결국 남과의 경쟁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이라 볼 수 있다.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고교의 개설교과목이 매우 다양하여 분야별 수준별 교과를 수강할 수 있어 같은 반 친구라도 수강 교과가 크게 다를 수 있다. 특히 학교에 따라서는 고교과정에 AP(대학교양과정 교과목)을 개설하여 대학과정을 학습하도록 하며, AP 수강은 명문대학 진학시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한마디로 미국의 대입전형은 학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다수의 수능기회가 주어지고, 고교에서는 학생의 재능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학종부를 기록하는 교사와 대학의 입학사정 담당자가 양심과 전문성을 갖고 얼마나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느냐에 달려있다. 입학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공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대학 입시위원회에 학부모와 학생을 참여시키고, 전형위원을 전문영역 풀제로 구성해 교차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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