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인협회 수석부회장

 

대전 유성구에 자리한 갑하산은 계룡산국립공원에 인접해 있는 아기자기한 암릉(巖陵)과 숲이 잘 어우러져 있다. 특히 봄에는 온 산에 진달래가 붉게 물들고 여름에는 앉은바위 골짜기의 넓은 암반과 폭포가 시원하며, 가을의 천자만홍 단풍과 겨울의 하얀 설경이 독특하게 아름답다.

이 갑하산 넓은 산록에 국립대전현충원이 있다. 그야말로 명당갑지(明堂甲地)다. 유성의 이 곳 지명 유래 연원 기록은 삼한시대부터다. 마한 54개 소국 중의 하나인 부족국가로서 계룡산 동쪽 빈계산 아래에 있던 신흔국에 속했다. 백제 때는 노사지현이었으며, 신라 때는 비풍군의 영현인 유성현에 소관이었다. 고려 때는 공주부의 관할이었고, 조선시대 초엔 공주군에 속했으며 조선시대 말엽엔 공주군 현내면의 지역으로서 지난 1914년 행정구역 개혁 시 현내면의 갑촌소였던 갑동 일원의 매평동, 굴암리, 송정리, 평전리, 신산리를 병합해 갑동리라 불러내려왔다. 국

립대전현충원은 문필봉을 조종산으로, 옥녀봉을 주산으로 하고 있으며, 명산인 계룡산을 태조산으로 삼고 있다. 택리지에 의하면 태조산인 계룡산은 삼각산, 오대산, 구월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의 역량 있는 큰 터 중 하나라고 한다. 문필봉은 형상이 붓끝같아 유래한 이름이며, 우뚝 빼어난 봉우리는 불길이 이는 듯하고, 이 불빛이 성역을 두루 비치고 있는 듯하다. 이 문필봉에서 다시 솟구쳐 내려 이룬 옥녀봉은 마치 옥녀가 금반을 대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처럼 국립대전현충원의 지형은 명산인 계룡산의 맥을 이어 받은 문필봉과 옥녀봉을 정점으로 병풍처럼 둘러친 좌우능선이 좌청룡·우백호를 이루고 있어 묘역으로 아주 이상적인 자리다. 국립대전현충원이 자리한 갑하산은 옛날 이 지역이 갑촌소, 또는 갑소여서 갑골, 갑동의 지명에서 유래된 듯하며, 이 산은 세 개의 봉우리가 불상을 닮았다고 하여 삼불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산 아래의 앉은 바위 마을은 조선 태종 임금이 유성에서 목욕을 하고 신도안으로 갈 때 냇가의 바위에서 쉬어 갔다 해 유래됐고, 두리봉 아래의 매평마을은 매화낙지형의 명당자리여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었는데 이는 현재는 국립대전현충원 경내이다. 동쪽 앞으로는 진터벌이 있는데 백제시대 동성왕이 진을 치고 군사들을 조련했다는 이야기와 조선 태조 이성계의 가마가 이 곳을 지나갔으므로 왕가봉이라 불리고, 그 후 태종 이방원이 또 이 왕가봉 위에 올라 진터벌을 내려다보며 앉아 훈련을 지켜봤다 해 왕좌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이 지역은 고래로부터 왕실 국가와 인연이 있는 뛰어난 지역이었음이 틀림없다. 이러한 곳에 위치한 국립대전현충원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는 대한민국의 성역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조국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높여 기리는 국가의 보훈 명소가 된 것이다. 국립대전현충원의 창립 유래는 일제침략과 6·25전쟁, 월남전 등에서 활약한 애국지사와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1955년 7월 15일 서울 동작동에 설립한 국립묘지의 안장능력이 한계에 이르게 되자 지방 국립묘지 설치검토를 했고, 1976년 4월 14일 충남 대덕군 유성읍 갑동리(現 유성구 현충원로 251)에 대전국립묘지를 설치할 것을 결정했다. 공사기간 중이던 1982년부터 안장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국립대전현충원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장렬히 산화하신 호국영령 및 순국선열을 모시고 그분들의 생전의 위훈과 업적을 추모하고 있다. 이후 국립대전현충원은 2006년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소관부처가 국방부에서 국가보훈처로 바뀌게 됐다.

그러나 숭고한 보훈의 뜻을 새김에 어찌 변함 있으랴! 유성지역에는 들러볼 만한 곳이 많다. 그 중 필수적인 하나가 호국정기가 살아 숨쉬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 갑하산의 수려하여 아름다운 품안에 안온하고 오롯한 국립대전현충원은 시간이 날 때마다 참배객 누구나 편하게 찾아보기 알맞은 성역으로 경내 전 지역이 아름답고 조화로우며 격조 높게 가꿔져 있다. 뜨거운 나라사랑을 일깨워주는 민족정신의 산 교육장이다. 요란하고 힘들게 지나간 여름이 끝나는 가을의 길목. 차분히 마음 가다듬어 찾는다면 주변엔 가벼운 등산로도 있어 호연지기와 심신 휴식을 뜻있게 함께 할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참고문헌:1917. 新舊對照朝鮮全道府郡面里洞名稱一覽, 조선경성중앙시장 발행

1984.여기가 大田이다, 최문휘:동방종교문화연구회
1999, 아름다운 대전 8景, 대전광역시
기타 국립대전현충원 홈페이지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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