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관섭 배재대 대학일자리본부 취창업지원팀장

대학에서 진로취업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자녀의 진로에 대해 가끔 질문을 받는다. 고교생을 둔 지인은 대학에서 무슨 전공을 해야 앞으로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대학생 학부모는 현재 전공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 안정된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다른 지인은 자녀가 꿈꾸는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묻는다. 상황이 조금씩 다를지라도 자식의 장래에 대해 걱정하는 부모 심정은 똑같다.

나도 속 시원히 대답해주지는 못한다. 대신 이렇게 되묻는다. 좋은 직장은 무엇이라 생각하고 어떤 직업을 갖길 원하느냐고. 대답은 대부분 비슷하다. 좋은 직장과 직업은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 정년이 보장되면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냐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자녀의 시각이 먼저 고려되었기보다는 부모세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좋은 직장, 좋은 직업이 아니냐고 짚는다.

 또 지금은 좋게 보일 수 있으나 자녀가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5~10년을 생각해 볼 때도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느냐에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다. 무슨 직업을 갖고, 어떤 직장에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 전에 자녀와 충분히 대화 해보자.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면 더 행복해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라. 그런 다음 미래사회는 어떻게 변화되고, 그 사회에서 어느 분야가 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 고민해 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미래사회를 예측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헤드헌팅사인 뤼드그룹을 이끌고 있는 ‘제임스 리드’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인공지능, 생명공학, 사이버 보안, 데이터 관리, 재테크, 그린 에너지와 기술, 의학 연구, 가상현실, 정신 건강을 10년 후 최고 유망직업 분야로 제시했다. 제임스 리드가 유망직업으로 꼽은 기준은 확장성이다.

확장성이란 높은 수요를 기록하기 시작한 분야나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의미한다. 유리한 산업분야에서 커리어를 확립하면 개인적으로 최고의 기술을 갖추고 있거나 누구보다 똑똑하지 않아도 좋은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사, 변호사, 기자, 공무원, 교사 등 부모세대가 좋아했던 직업은 더 이상 확장산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자녀가 위에 제시된 분야에 전공을 하지 않거나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관심 밖으로 밀어두지 말아야 한다. 맞출 방법은 항상 있다. 자녀의 열정과 기술,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 그 수준에서 시작하면 늦은 것이 아니다.

각 분야는 핵심인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 인력들을 아우르고 지원해주는 사람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자녀의 진로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도록 방법을 지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항상 주변의 변화에 호기심을 갖고,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하면 된다. 자신의 약점에 대해 걱정하기 보다는 가지고 장점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면 된다. 그런 다음 조금 준비가 되지 않았더라도 도전해 보도록 용기를 북돋워준다면 분명히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낼 것이다. 부모가 아는 범주에 있는 직업은 이미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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