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축제 등 줄줄이 취소
직판장 신축 등 추석준비 했지만
손님들 없고 상인 한숨만 가득

[서산·태안=윤기창·이수섭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와 54일간의 사상 최장기간 여름장마, 연이어 할퀴고 지나간 3개의 태풍…. 서산·태안 농어촌지역 주민들은 연이은 자연재해에 희망을 잃고 실의에 빠져 좌절하고 있다. 본보 기자는 농어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8일 태안 안면도 백사장항으로 향했다.

태안읍 남산리의 한 생강밭에 생강뿌리썩음병이 발생, 생강이 고사해 없어진 모습. 윤기창 기자

#1. 수확 앞둔 가을들녘 상처투성이

서산~태안 간 국도변 가을 들녘은 최근 3개의 태풍이 할퀴고 갔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태안읍~안면도 간 국도 77호선 도로에 접어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밭작물이 처참한 모습으로 망가진 피해현장이 눈에 띄어서다. 남산리의 한 생강밭은 생강뿌리썩음병이 발생해 50% 이상 폐사된 상태였다. 또 태양초 고추로 유명한 안면도 지역의 고추밭도 탄저병이 발생해 80% 이상 고사한 곳이 많았다. 긴 장마와 연이은 3개의 태풍이 추석을 앞둔 농촌지역에 자연재해를 입혀 농업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 농업인은 “고추 탄저병과 생강뿌리썩음병은 빗물에 따라 번지는 전염성 병으로 올 여름 장마기간이 길고 강우량도 예년보다 많아 태안군내 전 지역의 고추·생강밭에 고추탄저병과 생강뿌리썩음병이 발생, 고추·생강이 대부분 말라 죽었다”고 허탈해했다.

백사장어촌계가 지난해 어촌뉴딜 300사업으로 8억 원을 투입, 240평의 수산물 판매장을 신축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하다. 윤기창 기자

#2. 바닷가 횟집 관광객 발길 끊겨 개점휴업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기자는 서해안 꽃게와 자연산 대하의 집산지 안면도 백사장 항에 도착해 어촌계사무실을 방문했다. 김형국 전 어촌계장을 만나 코로나19로 위기에 놓인 어민들의 생활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가을꽃게와 자연산 대하 등 어획량은 예년과 비슷한 반면 어민들의 소득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기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문제는 상인들이다. 백사장항 일대의 식당 등 상가는 파산 직전이었다. 예정된 수산물 축제가 코로나19로 줄줄이 취소되고 봄부터 지금까지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긴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상가의 매출은 예년보다 50% 이상 감소했다.

바닷가 횟집과 수산물 판매상인들은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희망을 잃고 실의에 빠져 절망하고 있었다.

#3. 추석 손님맞이 준비했지만…

백사장 어촌계는 지난해 해수부의 어촌뉴딜 300사업으로 8억 원(국비 4억, 자부담 4억)을 들여 240여 평의 수산물 직판장을 신축했다. 본보 기자가 이날 오후 2시경 수산물 직판장을 방문했을 때 상가에는 주인만 눈에 띌 뿐 손님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상가마다 수조에는 자연산 대하나 가을 꽃게, 우럭, 광어, 조개류 등 수산물이 가득했다. 추석명절 손님맞이를 위해 준비해 놓은 그대로였다.

한 상인은 “해마다 이맘 때 백사장자연산대하축제가 열리고 그때마다 상인들은 대박을 터트려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축제도 취소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불필요한 이동자제를 요청하는 등 추석명절 특수는 없어진 것 같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서산·태안=윤기창·이수섭 기자 skcy2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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