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

[금강일보]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신의 뜻이라고만 말하는 것은 너무 허망하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으로 우주의 전체적인 흐름과 조화가 파괴되었다는 것을 인간은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늘 움직이고 흐르면서 변화한다. 그것이 우주의 신비요 생명의 묘미이다. 이제라도 인간은 지금까지의 생각과 자연에 대한 자세, 그리고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새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인간, 그것이 인간의 위대함이다. 흔히 ‘일신 우일신’으로 표현되는 구절은 일찍이 중국의 상나라 탕왕이 세숫대야에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어느 하루 새로워짐을 한 번 맛 본 사람은 매일매일 새로워지고자 하며, 또 하루하루를 새로워지기 위해 노력한다)'을 새겨 놓고 매일 아침 얼굴을 씻으면서 욕심과 미움으로 더러워진 마음도 함께 씻었다. 그리고 그 신선한 깨달음을 후손들이 영원히 그 교훈을 기억해 주기를 바랐다.

일상에서 신선한 깨달음을 통해 얻어지는 또 하나의 새로워짐은 좌절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끈질긴 생명력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새롭게 발전하는 시대는 항상 옛날을 뒤돌아보면서 현재를 고쳐 나갔다. 춘추시대 공자는 당시의 고조선을 ‘군자국(君子國)’으로 인식하여 뗏목을 타고 이주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논어’에 쓰여 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역사는 고조선을 ‘이상(理相)시대’로 그리며 고조선 이후 분열된 열국(列國)들을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과정이었다.

우리 민족 최초의 통일 왕조인 고려 태조 왕건은 무력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의 회한과 신라의 당나라 도움에 의한 굴욕적이고 불안정한 통일에 대한 통분, 그리고 고유의 민족 주체성과 도덕적 자부심의 내용을 담은 ‘훈요십조(訓要十條)’에서 “경사(經史)를 넓게 읽어서 옛날을 거울삼아 현재를 경계할 것”을 강조했다.

11세기 초에서 12세기 중반에 이르는 150년간 고려는 중국의 송나라와 대등한 문화 국가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아라비아 상인들이 ‘코리아’로 부르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그런데 어느 시대나 빛과 어둠이 있듯이 고려 중반 이후 무신정변과 몽고침략으로 원나라 지배를 받게 되면서 당당했던 우리 민족의 역사는 어둠속으로 묻히게 됐다. 충선왕 때 잠시 그리고 공민왕 때 원의 지배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친원 권문세족들의 반발로 실패했다.

조선은 옛 조선의 영광을 계승한다는 이념으로 고려보다 한층 더 수준 높은 문민 문화 정치를 꽃 피웠다. 하지만 정조 이후 외척세도정치로 인한 삼정 문란으로 민중봉기가 계속 이어지고 국제 정세에도 어둡게 돼 결국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고려 말 원나라 지배 하에서 친원 권문세족처럼 일제의 식민통치시대에도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은 일제의 식민 통치를 찬양하고 독립투사들의 활동을 악랄하게 방해했다. 더구나 8.15 해방에도 처단되지 않고 어처구니없게도 오히려 우리사회의 지배적 주류세력으로 온갖 부정한 짓들을 서슴없이 자행하면서 일반인들이 함부로 말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일반인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라는 패배의식과 기회주의로 삶을 살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일제식민통치시대의 잔재가 혼재하고 있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며, 시시비비가 뒤바뀌어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정상적으로 살면 사회적·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정제되지 않은 자본주의로 우리민족 고유의 자주 정신이 사라져 버렸고, 사리사욕이 우리 사회의 최고의 가치가 됐다. 부동산 투기 광풍과 종교와 교육의 영리화는 어느 정부도 해결하기 어렵게 됐으며, 이웃 사랑을 부르짖는 종교집단이 비천한 행동으로 사회 질서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지경이다.

인류 역사에서 힘을 과도하게 과시한 집단은 힘 때문에 파멸했다는 것이 역사의 명백한 교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평화를 지향하는 인도적 사회라는 것이 자명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을 성찰하고 통렬하게 반성할 때 더욱 성숙한다. '세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말이 정확하게 역설적으로 그 뜻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증 현상의 원인을 알고 있다. 바로 지난 일제 식민통치시대의 친일 잔재 청산을 하지 못했다. 우리가 친일 청산을 하지 않고 어떻게 일본에게 반성과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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