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 주재기자

이건용 <공주 주재>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준비운동이 부족하면 부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격한 운동일수록 준비운동은 더 강조된다. 부상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어떤 일이나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몸을 풀어주는 워밍업(warming-up)이 있어야 부상도 막고 기세도 끌어 올릴 수 있다.

백제문화제 대표 프로그램 웅진판타지아가 워밍업 부족으로 부상 위험에 직면해 있다. 준비 부족으로 졸작 대열에 합류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지난 봄 연출 총감독을 선임하고도 이 지경이 된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공주시의 관리감독 소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무령왕 갱위강국 선포 1500주년과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을 기념한 2021 대백제전의 성공개최를 위해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는 구호가 자칫 공염불이 될 판이다.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웅진판타지아의 브랜딩화 원년’ 계획 즉, 시민들을 공연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 나가겠다는 포부가 우왕좌왕하는 탓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처지다.

출연진 공모도 공연을 한 달여 앞둔 8월 중순쯤에야 진행됐다. 1차 공모에는 단 한 명도 응모하지 않았고, 2차 공모에 겨우 11명이 참여했다. 정식 공모가 있기 한참 전에 무려 50명이 넘는 지역의 예술인들이 선발된 것은 아이러니다.

오디션을 통해 능력 있는 출연진을 구성하겠다던 시의 설레발을 액면 그대로 믿었던 시민들이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았다. 주연 급을 미리 선발하고 나머지는 공모 후 연습에 들어갔다는 관계자의 해명 또한 궁색하다.

수년 전의 웅진판타지아 무대가 그대로 재현될 것이란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출연진도 대부분 당시와 대동소이하고, 시나리오 또한 당시 것의 재탕 수준이라는 의혹이다.

공산성 등 세계유산을 배경으로 갱위강국 백제의 위용을 담아내겠다며 공연 장소를 공주문예회관으로 정한 것은 기만에 가깝다. ‘실경공연’ 타이틀의 한없는 추락이자, 많은 출연자들이 뒤섞이는 밀폐된 실내 공간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 언택트 프로그램 운영이라는 구호에도 반한다.

내용에 있어서도 재미와 감동을 담보하기 어렵다. 누구도 관심 갖기 어려운 무령왕 일대기가 예년과 마찬가지로 무대에 오른다. ‘2021 대백제전 준비를 위한 Pre 대백제전’이라는 운영방침이 뜬구름 잡는 ‘턱도 없는 소리’ 아니지 싶다.

흥행의 키는 가장 밑바탕이 되는 스토리에 있다.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웅진판타지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스토리 텔링화 또는 스토리노믹스가 절실한 시점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장예모 감독의 인상 시리즈가 매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이유다.

누누이 강조했듯이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백제문화제 프로그램이 취소되면서 많은 예산이 남은 만큼 시나리오 전국 공모를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와 내년 대백제전 홍보에 나섰어야 했다.

굴뚝 없는 공장인 관광산업과 문화예술산업은 공주시의 대표 먹거리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걸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천혜의 자연자원과 문화자원, 관광자원, 인적자원은 미래 성장동력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우리가 사명감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공직자들의 경우 더 큰 소명의식을 견지해야 한다. 오는 26일 첫 선을 뵈는 웅진판타지아가 온라인 관객들에게 희망과 환희를 선물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lgy@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