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김기옥 사유담 협동조합 이사

[금강일보] 사유담은 4년 전 시작됐습니다. 한남대학교 사학과 전공자들이 주축이 돼 없는 길을 열어 문화예술의 가능성을 열어보자 했습니다. 주 사업 분야는 답사와 문화강좌, 행사, 칼럼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돈이 될 만한 모델은 아니었습니다. 문화콘텐츠는 하나를 생산하고 그것을 재판매하면서 얻는 것이 이익이 됩니다. 이를테면 음반, 영화, 도서 등입니다. 하루에 고작 하나의 활동을 할 수 있으니 큰 돈보다는 유지하고 가능성을 보면서 일을 확장해야했습니다.

답사는 한국에서 1년 단위로 8곳, 해외답사는 유럽과 중국을 무대로 자체 기획해 움직였습니다. 무료 행사가 쏟아지는 요즘 적지 않은 금액으로 출발한 사유담의 행보는 충분히 의미 있었습니다. 100만 원에 가까운 답사를 손꼽아 기다리며 많은 참가자가 함께했습니다.

문화강좌는 대전시, 정부, 자체 프로그램으로 변별력있게 움직였습니다. 현장을 기반으로 한 팀이기 때문에 강좌는 현실감이 느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강의를 넘어 장소성 기반의 체험 위주였기에 기획을 통해 콘셉트를 잡고 진행했습니다. 옛 충남도청에서는 파티 형식의 대전야행이 펼쳐졌고 대전마케팅공사의 대전 근대거리를 걷는 프로그램은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고 멀리 거제에서, 서울에서 방문객이 찾아왔습니다. 칼럼은 4년간 3개의 매체에 쉬지 않고 적어 내려갔습니다. '이야기부자 사유담'은 의외로 읽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적어 내려간 담당은 저 하나라 매일이 원고청탁이었습니다.

사유담은 일찍이 대전 원도심 근대 건축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록조사, 사진, 프로그램화했고 대전방문의해를 기념해 건축물을 연재했습니다. 이를 다시 대전MBC와 라디오 방송으로 하나씩 다뤘고 꽤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였습니다. 입소문이 나 드디어 영상물 없기로 유명한 대전의 영상물로도 제작됐습니다. MBC ‘테마기행 길’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유튜브를 통해 어디서나 들을 수 있습니다. 하나의 건축물이 근대 등록문화재가 돼 다양하게 다뤄졌고 그 노력은 전국 역사문화해설사 양성과정으로 문화재단에 선정돼 우수사례로 강의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큰 돈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었습니다. 전문가 자리에서 결코 넉넉지 않은 지원이었지만 그래도 감사하게 예비사회적기업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대전시의 배려로 지하철, 버스광고가 시작되며 활기차게 2020년을 열었으나 모든 일정을 시작해보지도 못했습니다. 답사, 행사는 코로나19를 정면으로 가격 당하는 파트였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견뎌냈던 4명의 직원이 업무를 종료했습니다. 시간직 근로를 시키지 않고 4대보험 안에서 정규직으로 살아보자고 끌고 왔는데 버틸 길이 없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거리에 나앉은 사유담 식구들에게 죄스럽고 미안합니다. 위기는 기회라는데 사유담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무언가를 해야 했습니다. 사유담은 근대 건축을 모티브로 큐브를 제작합니다. 대전의 좋은 관광 상품이 될 것이고 학교에서는 지역사 교육의 살아있는 교구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장돌뱅이가 돼 큐브를 팔러가야 하는데 나는 한번도 안 해본 일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대전에 이로운 근대 건축물 큐브에 관심이 있으시면 연락해 주시겠습니까? 문화는 무료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합니다. 그러나 양질의 선택받는 콘텐츠가 돼야 하는 건 스스로의 몫입니다. 사유담의 문을 두드려주시겠습니까? 저희도 찾아가겠습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