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금강] 강가에서 - 김원진(1960∼)
  • 이준섭 기자
  • 승인 2020.09.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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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유년의 모습들이
하얗게 일어서고 있었다.
산은
달을 감추고
길섶에 피인 꽃
자동차 불빛에 반사되어
퍼져 흩어지는
유년의 모습
모랫벌 한쪽 모퉁이
아이의 미소가
어둠을 타고
흘러가는 물줄기 사이로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우리들 강가에는 유년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며 있다. 내 유년은 아직 금강가에 머물러 잔잔한 강물 위로 무시로 물수제비를 띄우고 있다. 퐁당퐁당퐁당. 물 위를 뛰어가는 조약돌이 뚫고 가는 햇살 속으로 코스모스 피어나는 강둑을 따라 가을 금강은 그렇게 흐르고 있다. 강물 속으로 낮달이 비치고 강둑 위를 달리는 아이들의 함성 소리 울린다. 그 강둑엔 달맞이꽃이 줄지어 지난밤의 어둠을 재우며 서있다. 다시 그곳으로 걸어 가보면 모든 건 아직도 거기 있고 강물만 흘러갔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들 기억의 한편이 허물어져 있는 것이다.

우리의 금강은 영원히 빛나는 강가를 간직하고 있어 그 강가로는 가을이 몰려오고 있다. 강가 갈대밭에 서걱거리는 갈대숲으로 저물녘에 나가서면 강은 고요히 비운 길을 유년 속에 묻은 채 추억을 싣고 흘러온다. 노을이 지고 자동차 불빛이 길섶의 들꽃을 비출 때 옅은 어둠 속에서도 더 환히 드러나는 고향의 동구 밖. 우리들 강가에는 우리 유년의 모습들이 모여 함께 숲을 이루며 그 미소 하얗게, 하얗게 살아나고 있다.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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