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태 대전시 도시경관과장

불법이라는 말은 때로는 너무나 불편한 말이다. 불법이란 한 사회가 암묵적으로 동의한 규칙과 법을 무시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불법적인 행동을 저지르기도 한다.

특히 시민의 공용공간인 도심 공간 아무 곳에나 불법으로 현수막을 게첨하는 불법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사회지도층인 정치인 등의 불법현수막은 암묵적인 사회의 규칙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공공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다.

이와 같은 도심의 공공재인 도심공간에 관행적으로 자행되는 불법현수막 게첨행위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통해 변화시킬 수는 없을까?

대전시는 품격 있는 도시경관 유지와 지속가능한 청정도시 대전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전국최초로 '불법현수막 없는 청정지역 지정제' 사업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불법현수막 없는 청정지역 지정제란 대전시와 5개구가 시민 안전과 쾌적한 도시경관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주요교차로 등을 엄선해 청정지역으로 지정하여, 언론 매체와 일반시민, 사회 단체 등과 협력해 365일 청정지역으로 관리되도록 하는 불법광고물 정비 시책이다.

지난해 4월 29일 서대전공원네거리 등 청정지역으로 지정된 10개 교차로는 365일 불법광고물을 보기 힘든 청정지역으로 탈바꿈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는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서뿐만이 아니라 청정지역 인근 거주 시민이나 상인, 운전자들을 통해서도 청정지역 지정제가 도시미관을 살리는 우수한 시책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청정지역 지정제의 성공요인으로는 '무관용원칙 단속적용'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들 수 있다. 먼저, 무관용 원칙으로는 지정장소에 게시된 불법 현수막은 정당 또는 공공기관 등 게시주체를 불문하고 즉시 철거할 뿐만 아니라 무관용 원칙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평한 단속 잣대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대전시는 지난 1년간 불법광고물을 474만 건을 정비하고, 과태료는 441건에 9억 여 원을, 이행강제금은 48건 5700만 원을 부과하였고, 주택분양 업체 등 상습적 업체에 대하여는 20건의 고발을 하는 등 불법광고물에 대한 특별단속과 함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다음 시민들의 동참으로는 각종 불법이 난무하던 관내 주요 4거리 가로환경이 청정지역 지정제 운영으로 정리되면서 언론과 시민들이 청정지역 지정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물론 광고업자들도 불법 게첨을 자제하는 등 불법광고물에 대한 범사회적 해결기반을 구축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평가된다.

민관이 공감하고 함께하는 청정지역 지정제는 지난해 중앙평가에서 우수한 시책으로 인정받아 기관표창 수상과 연말 전국 광고물담당자 회의를 대전으로 유치하였고,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타 자치단체 등의 문의가 계속 이어지는 등 청정지역 지정제를 통해 대전방문의 해에 걸맞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금년 5월부터는 지난 1년 동안 청정지역 지정제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전역네거리 등 10곳을 청정지역으로 확대 지정하여 운영하면서, 행정안전부에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불법광고물 없는 장소를 지정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옥외광고물 법령을 개정 요구하는 등 불법현수막 없는 공동체 사회 실현을 위한 법제화 방안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2019년부터 3년간 대전방문의 해이다. 또한 2022년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개최 등 굵직한 국제행사도 계획되어 있다. 대전시를 찾는 내외 방문객들에게 깨끗한 도시의 첫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한 시기이다.

'불법현수막 없는 청정지역지정제 확대 운영'은 민선7기 ‘시민의 힘으로’ 시정비전에 따른 ‘공정과 신뢰’ 핵심가치 실현을 위해, 시민이 행복한 도시경관의 질적 가치 향상과 청정도시 대전 조성을 위한 대표 혁신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도시는 사람들의 삶의 공동체이기에 도시공간의 질적 가치에 집중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소통과 참여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도시 가치는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확장되면서 도시브랜드의 모태가 된다.

대전에서 출발한 전국최초 청정지역 지정제가 시민들의 자율적 참여로 국토 중심의 ‘청정도시 대전’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 변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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