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온·대한이연·보쉬대전’ 조항 삭제
노동계 “대법원 적법판결났으니 시정명령 철회”

전국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가 16일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산재유가족특별채용’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산재유가족특별채용’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자 노동계가 고용노동부에 시정명령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행정 처분이 유효한 까닭에 앞선 시정명령에 대한 소급 취소가 쉽지 않아 노조 반발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대법원 전원협의체 적법 판결은 현대·기아차에서 일하던 중 화학물질인 벤젠에 노출돼 지난 2008년 8월 백혈병으로 사망한 A 씨 유족이 자녀 채용을 요구한 상고심에서 내려졌다. 노사 합의로 단체협약에 명시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해 결격 사유가 없는 한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는 규정이 A 씨 유족의 소송 근거였다. 1·2심은 단체협약이 무효라고 판시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8월 27일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내려보냈다. 해당 판례에 국한되긴 하나 ‘유가족특별채용’에 대한 적법 규범성이 확보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는 16일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노동부가 지난 2016년 한온시스템·대한이연·보쉬대전사업장에 내린 시정명령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2016년을 기점으로 대전 내 노조별 단체협약에서 ‘유가족특별채용’ 조항이 줄줄이 취소된 탓이다. 금속노조 김정태 대전충북지부장은 “각 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유가족특별채용 조항을 합의한 것은 사업장이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강화하고 산재유가족의 최소한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자치적 합의였다. 대법원이 노사의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결한 만큼 노동부가 과거에 내린 시정명령을 철회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일괄적인 시정명령 철회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노사연구소 남형민 노무사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해당 케이스에 대한 단협이 사회통념상 유효하다는 의미라서 판결 이전에 형성된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모두 일괄 취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향후 노동부가 대법원 판례를 존중하며 특별채용에 대한 단협을 점진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남 노무사는 “유가족특별채용은 업무상 질병·재해에 따라 유가족에 대한 생존을 보장하라는 노동계의 논리, 회사의 채용 자유와 공정성에 근거한 노동부의 논리가 상충하는 사안”이라며 “유가족특별채용에 대한 단협 허용을 추진하려면 조합원의 의견뿐 아니라 비조합원의 동의도 절차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금속노조 이태진 노동안전부장은 “사업장마다 개별적인 소송을 통해 유가족특별채용에 대한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내년 임단협에서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라며 “노동부가 산재유가족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유가족특별채용의 길을 다시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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