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든 혁신 공간... 학교 구성원 ‘공간 주권’ 회복

부석고등학교 학생 참여수업 모습

◆ 부석고등학교

충남형 혁신학교 4년차인 부석고등학교는 2020 감성꿈틀(학교공간혁신사업) 사업을 통해 예술과 문학, 쉼이 있는 복합 혁신공간 ‘도비‘s free’를 조성하고 있다. 공간혁신사업은 당초 학교 동편 1층 동아리실, 미술실, 누리봄 교실을 융합형 예술 교실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접근성과 활용성 등을 고려해 급식실 2층 부속동으로 대상지를 변경했다.

처음 대상지는 도비관(체육관) 지하에 위치해 습하고 환기가 되지 않는 데다 본동과의 동선이 길고 불편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간혁신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개최한 사전 협의회에서 학생들이 행복을 경험하기에는 동선이 멀고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대두돼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대신 협의회에서 급식실 2층 부속동의 2학년 두 개 반과 수학교과교실, 2학년 교무실 전체를 혁신공간으로 만드는 방안이 제시돼 논의를 거쳐 사업 대상지를 바꾸게 됐다.

부석고등학교 공간혁신사업 공간디자인 계획안

새로운 대상지를 도서실과 미술실, 갤러리, 소규모 교과교실, 휴식 공간, 작은 발표회가 하나로 융합된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 취지이다. 그러나 이 방안을 추진할 경우 교실을 전면 재배치해야 하고 기존의 교무실과 특별실로 사용하던 공간 및 2개 교실을 이동시켜야하는 문제점이 대두됐다. 그에 따라 교장실, 학습도움실, 학생지원부, 위클래스, 2학년 교무실, 도서실도 재배치해야 했다.

사업 대상지 변경은 5월 열린 공간혁신사업 교직원 협의회에서 ‘햇빛이 들어오는 교실을 아이들에게’라는 리더 촉진자의 연수에 힘입어 교실 재배치를 다시 구상하기로 하면서 마무리됐다. 공간혁신 장소 변경에 따른 1억 5000만 원의 추가 예산은 학교와 충남도교육청의 협의로 해결됐다.

새로운 사업 대상지가 결정되면서 공간혁신사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3차례에 걸친 참여 수업에서는 교육촉진자인 박유진 미술교과 교사 주도로 3학년 자연계 학생들과 함께 2층 공간을 설계했다. 1차 참여 수업에서 학생들은 미술실로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독서실과 점심시간에 책을 읽거나 자습을 할 수 있는 독립공간, 나무가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교사들도 전문적 학습 공동체 모임을 갖고 융합형 공간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논의하고 결과를 공유했다. 교사들은 천정을 높여 개방감을 주고 학생들이 쉴 수 있는 여유 공간의 확보, 미술실의 다양한 수납공간, 공기 청정과 채광시스템 등을 논의했다.

부석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안한 공간 구성안

2차 참여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폼보드를 통해 공간을 분할하고 모둠별로 자신들의 공간혁신 수행과제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 방과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쉼터 공간으로의 도서관을 원했다.

1차 디자인 워크숍에서는 4개의 소규모 교실과 개방형 중앙 서가, 온돌마루가 배치됐고 리딩누크를 이용한 작은 발표회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미술실에는 다양한 미술재료를 수납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디자인됐고 폴딩 도어를 설치해 다수의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햇빛이 들어오는 창에는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는 의자를 배치했고, 벽에는 학생들의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상시 갤러리도 설계됐다. 반면 리딩 누크가 구석에 배치되면 학생들이 교사 시야 밖에 있게 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것과 소규모 교실이 많아 공간 활용이 복잡하다는 등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2차 워크숍에서는 최종 디자인 설계를 통해 예술과 문학이 만나는 공간, 산책이 있는 도서관, 도란도란 이야기가 있는 소규모 토론방, 마음을 눕힐 수 있는 온돌마루 쉼터가 한데 어우러진 멋진 공간을 탄생시켰다. ‘책이 있는 쉼터’는 입구에 배치된 계단형 리딩누크로, 학생들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인문학 강의나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ART+’로 이름이어진 미술실은 수업 시간에는 미술 교과교실로, 방과후나 점심시간에는 열람실로 이용 가능하며 전면을 폴딩도어로 계획해 확장형 예술교과 융합수업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부석고등학교 공간혁신사업 설계도

‘CIRCLE’은 공간혁신 사업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모든 실과 연계된 개방형 도서관이다. 원형 벽체를 설치하고 내부에 온돌마루를 깔아 편안하게 책 읽는 갤러리를 계획했다. ‘SMALL CLASS’는 자율동아리 활동, 소규모 스터디 공간 확보를 위해 여러 개로 쪼개진 공간을 하나로 구성해 프로젝트룸이나 그룹별 스터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행복마루쉼터는 도서관 확장공간으로 쉼, 이야기, 열람이 가능하도록 온돌마루로 기획했으며 계단형 리딩누크를 이용해 작은 영화관, 인문학 강의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

김온곤 교장은 “공간혁신 전문가들과 학교 구성원, 도교육청이 힘을 모아 예술과 문학, 쉼이 함께 있는 복합 혁신공간을 탄생시켰다”며 “부석고는 감성꿈틀 사업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산대건고 오프라인 사용자 참여수업

◆ 논산대건고등학교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와 인공지능 융합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논산대건고등학교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발맞춰 학교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2020 학교공간혁신사업에 참여했다.

학교공간혁신사업은 사전워크숍, 다섯 차례의 온·오프라인 사용자 참여 수업, 세 차례의 디자인워크숍에 이어 지난달 온라인 추가 협의, 중간보고회 등으로 진행됐다. 교육 촉진자인 김용상, 이나연 담당 교사가 다섯 차례의 사용자 참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 공간의 방향과 모습을 종합했다. 학교 공간 사용자인 학생, 학부모, 교사, 교직원 간의 합의점을 찾고 학생들의 자율성과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을 고취하고자 시간이 날 때마다 사용자 참여수업을 진행했다.

논산대건고 온라인 사용자 참여 수업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수차례의 사용자 참여 수업, 디자인 워크숍, 협의 등이 가능했던 것은 디지털 도구의 활용 덕택이다. 2018년 스마트스쿨 시스템을 구축, SW융합 교과 특성화학교 운영까지 G-Suite 도입을 통해 공유 드라이브를 활용한 학교 전체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했다. 이 때문에 전교생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공동 작업이 가능했고 많은 학생들이 사용자 참여 수업에 동참할 수 있었다.

사용자 참여 수업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술 촉진자로 참여한 박준 건축가(무인 건축사사무소)가 기본설계를 제시하고 리더 촉진자인 임오연 교수(건양대학교)와 D번들 담당 촉진자인 이옥주 교장(전 용남고등학교)의 최종 수정을 거쳐 공간혁신 설계가 완성됐다.

대건관 1층에 만들어질 ‘하상관 종합정보센터’는 휴식과 배움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도서관, 홈베이스, 개인 학습 공간을 융합한 북카페형 도서관으로 조성된다. 현재 보건교육실, 인문사회 교과교실, 진로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 공간에 계단식 로비를 배치해 쉼 공간, 상시 독서 및 강의식 발표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메인 도서관 속 작은 북카페를 만들어 독서와 쉼이 공존하고 다양한 정보들을 활용해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된 독서 교육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사용자 참여 수업에서 학생들이 원했던 도서관 내 개인 학습 공간은 창가 쪽에 배치했고 홈베이스, 소그룹 모임 공간, 독서 및 토론 공간 등도 설치한다.

논산대건고 사용자 참여수업 결과물

인공지능 융합교육을 위한 기반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대건관 4층에 만들어질 ‘AI융합교육센터’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기술발전이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공간이다. 현재 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공간에 가변형 벽체를 설치해 융합수업이 가능한 5개의 교과교실과 AI창의융합정보실 등으로 재탄생한다. 고교학점제에 대응해 교과 교실 사이의 가변형 벽체를 확장함으로써 선택과목 학생 수에 따라 확장형 융합 수업도 가능해진다.

여분의 공간에는 라운지 및 발표·전시 공간을 만들어 상시 소규모 회의 및 쉼이 가능토록 하고 학교 축제 및 동아리 전시회 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그 밖에도 학급 특색 활동 및 회의 공간으로 컨퍼런스실을 구성하고 AI창의융합정보실, AI실습실과 같은 ICT 기반의 스마트 교실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환경을 조성한다.

사용자 참여 수업에 동참한 동아리 대건궁 학생들은 “학교는 다양한 교육 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과 잠재력을 끌어내는 학생들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라며 “하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교육과정, 수업 방식 등은 바뀌고 있지만 공간 변화는 더디다”고 진단했다.

논산대건고 1층 하상관 종합정보센터 조감도
논산대건고 4층 AI융합교육센터 조감도

그러면서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주 학습 공간인 학교를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재구성한다면 다양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생각의 발전, 지식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공간혁신사업을 통해 변화하는 교육의 흐름에 맞는 논산대건고만의 특색 있는 공간을 만들어 학생들에 의해서도 학교가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ilbolee@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