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추석 연휴 전까지 예고
택배기사 5명당 분류인력 1명 요구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오는 21일부터 추석 연휴 전까지 배송 전 분류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행 택배 수수료가 낮아 분류작업을 맡기는 자체가 불합리하고 최근 물류 증가로 분류작업 강도가 높아져 과로사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앞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석 물류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지난 14~16일까지 조합원 4399명을 대상으로 ‘배송 전 분류작업 중단’에 관한 투표를 한 결과, 95% 이상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택배기사들이 배송뿐 아니라 분류작업까지 도맡다 보니 올해만 전국적으로 7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택배연대노조 이복규 충청지부장은 “비조합원까지 포함하면 대전·세종·충남·충북 택배기사만 4000~5000명이다. 새벽 6시부터 12시간 이상을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물량에 따라 2~5시간가량 분류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전을 그렇게 보내다 보면 배송할 때는이미 체력이 다 떨어져 과로사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언제까지 택배기사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현재 택배 수수료는 1건당 최소 2500원 이상이다. 보통 대형쇼핑몰의 경우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업체에 800~900원의 백마진을 치르는 탓에 1건당 실제 매출은 1600~1700원가량이다. 여기서 택배사가 50%가량 수익을 가져가면 800원가량이 대리점에 전달되고 대리점 수수료(10~20%)를 제외한 600~700원가량이 택배기사의 손에 쥐어진다. 100건을 배달해야 간신히 하루 6만 원 벌이가 되지만 교통비·차량대출비·밥값을 제외하면 생계 유지가 어려워진다.

이에 택배연대노조는 21일부터 추석 연휴 전까지 배송 전 분류작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택배기사 5명당 1명의 분류작업 인력을 배치해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하지만 택배사도 택배 수수료를 올리지 않고 분류작업 인력을 추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택배연대노조의 요구대로 충청권 택배기사 4000~5000명에 대한 분류작업 인력을 배치할 경우 800~1000명이 필요해서다.

택배연노조는 만약 정부·택배물류기업·우정사업본부가 해결책을 내놓는다면 추석 전 분류작업 중단을 철회할 계획이다. 하지만 쉽사리 풀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추석 물류 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지부장은 “택배사가 대형쇼핑몰에 주는 1건당 800~900원의 백마진만 주지 않아도 분류작업 인력 배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지역민들께는 송구하나 이참에 택배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 택배 시장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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