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한남대 총동창회장, 전 대신고 교장

[금강일보]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학교에서도 비대면 원격수업이 이뤄지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짜가 11월 19일에서 12월 3일로 연기됐다. 그에 따라 대입 전형 일정도 수시 원서 접수는 9월 23~28일, 정시 원서 접수는 내년 1월 7~11일로 늦춰졌다.

우리는 학교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하고, 적성과 소질에 맞춰 진로를 개척하며,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길 기대한다. 그러면서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는 동안 동료들과 서로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돼 점수 쟁탈전을 벌인다. 학교는 무한경쟁의 터전으로 개인의 재질이나 특성을 무시하고 학업 성적만으로 줄 세워 상급 학교에 진학시킨다. 그러므로 성적이 뒤지는 아이들은 일찍부터 깊은 좌절감을 맛본다. 친구를 경쟁상대로 인식하면서 자라난 아이들이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란 어렵다.

각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이나 모집단위 특성에 맞는 잠재력과 소질을 가진 학생을 뽑기보다는 특기·적성과 관계없이 점수에 맞춰 진학하다 보니 학생들의 선호도에 따라 대학이 서열화됐다.

그러므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탈락률이 높았고, 재학생들도 몸담은 학교에 대한 애교심이나 긍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려고 3~4년씩 학원가에 머무르며 사교육시장을 공룡화시키기도 했다. 점수 위주로만 대학과 전공계열을 결정하므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종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같은 폐단을 없애고 대입 전형의 자율화·특성화를 통해 대학에서도 필요한 학생을 선발하고, 학생도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이에 교육 당국이 2008년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학생의 환경, 잠재력, 대학의 설립 이념, 모집 단위 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가르칠 학생을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선발하는 것으로, 첫해 서울대를 비롯한 10개 대학에서 실시했으나 2013학년도에는 122개 대학으로 확대됐고, 지금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대부분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신입생을 뽑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면접 평가를 통해 선발한다. 그런데 이 전형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실망하는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교육 혁명’을 이야기하는 중앙대 김누리 교수의 특강을 여러 차례 들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독일에선 ‘대입 시험’, ‘대학 서열’, ‘대학 등록금’이 없다고 한다. 고교생들은 졸업시험을 통과하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을 원하는 시기에 다닐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희망에 따라 대학을 선택해 공부하고 졸업하는데, 국립대가 90%로 네트워킹화돼 있어 어느 대학이든지 다니다가 쉽게 옮겨갈 수 있으며, 원하는 학교에서 졸업할 수 있다. 독일에는 성적에 따른 서열과 경쟁이 없고, ‘경쟁교육은 야만’이라고 가르친다.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대학 교육이 무상으로 이뤄질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매월 백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지급한다. 지난해 독일 예산이 439조 원이고, 우리나라 예산은 469조 원이기에 당국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나라에서도 10조 원밖에 안 드는 대학 교육을 얼마든지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이나 유럽은 가능한데 왜 우리나라는 꿈도 꾸지 못하는가? 우리 학생들은 학교를 ‘전쟁터’라고 부르는데, 독일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하루하루 파티 하는 것’이라고 말한단다. 이런 학생들과 비교할 때 우리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시기에 살아가면서 파티를 한다고 느끼는 아이들과 전쟁을 치른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삶의 질은 하늘과 땅의 차이일 것이다. 교육 당국에서는 학교 혁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뿐인 자신의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가꿔 나갈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꿔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