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금강일보]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라 세월이 지나면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이야기를 the modern myth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란 뜻이다. 이 구절은 지난날들의 흔적을 찾아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말이다. 특히 지난 일들의 상당 부분을 증언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한국사의 첫 장에 나오는 단군신화가 그 경우에 해당한다. 먼 옛날 세상에 내려온 환인의 아들 환웅에게 사람이 되고파 곰과 호랑이가 찾아온다. 환웅은 마늘, 쑥 등을 주면서 굴속에서 100일간 햇빛을 보지 말라고 했으나 호랑이은 참지 못하고 도망을 가고 곰은 기한을 지켜 사람으로 변해 웅녀가 됐다. 환웅이 웅녀와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다는 것이 단군신화의 줄거리이다. 일제 하에서는 이를 단지 신화 또는 설화라고 치부하였으며 해방 후에도 상당 기간 이런 해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학자들은 신화가 과거에 실제 있었던 일이 구전으로 이어져 내려왔다고 정의한다. 70년대 이후 학자들은 환웅과 웅녀의 결합은 동북아시아에서 곰 신앙을 지녔던 지닌 신석기 시대인과 구름을 타고 풍·우·인이란 기기를 들고 나타난 집단, 즉 새로운 청동기문화를 가진 사람들과의 결합으로 해석한다.

이를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발생했던 여러 사건에 적용해보자. 멀리 가지 말고 70여 년 전에 발생한 여러 사건에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의 진실은 무엇이고, 어디까지가 덧붙여져서 만들어진 이야기일까 하는 점이 우리를 혼란스럽게도 하고 있다. 물론 사건에 대한 역사적 판단의 기준이 다를 수도 있고 정치적인 배경에 따라 의도적으로 각색될 수도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우리의 근현대사의 사건들은 바로 진실 위에 덧붙여진 이야기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인 것처럼 회자되는 것은 아닐까? 한 예로 해방 이후 발생한 큰 사건인 6·25 전후 민간인희생자 사건의 실체는 무엇일까? 사건 하나하나가 꾸며진 내용이 얼마나 될까?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이며 어떻게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20여 년간 수많은 유해를 발굴하면서 늘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내용이다.

대학에 다닐 때 지금은 돌아가신 역사학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늘 가슴에 와닿는다. 역사기록이나 뉴스를 볼 때는 그 행간을 흔들어 행간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라는 말씀이다. 바로 ‘만들어진 이야기’에서 진실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과 맥을 같이한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많은 미디어가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데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의 마음에 정말로 새겨야 할 말이 있다.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라 세월이 지나면서 만들어진 이야기 then modern myth”라는 이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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