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의 가치에 생명 불어 넣고
효문화 도시 정체성 재정립해야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자치단체와 문중으로부터 관리 받으며 후세에도 이름을 떨치는 효자·효녀들이 있는가 하면 기록이 없어 현재의 기억에서 지워져버린 이들도 있다. 후세의 건재 등 여러 환경에서 비롯돼 어느 효자·효녀는 기림을 받고 어느 효자·효녀는 잊히는 현실은 유교사상, 특히 효의 가치를 중시하는 우리 문화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덧없이 사라져가는 효자·효녀들에 대한 뒤늦은 관심이나마 절실한 이유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은 문중의 도움이다. ‘가문의 영광’인 효행인물을 널리 알릴 수 있고 이와 함께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해서다. 하지만 후대가 끊긴 경우 등이라면 결국 자치단체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 재원이 발목을 잡는다. 효자·효녀비를 품은 정려각은 당연히 한옥이기 때문에 단순 관리비용이 다른 건축물에 비해 꽤 비싸다. 방치돼 수풀로 가려진 비석으로 가는 길은 없다시피하다.

이 또한 복원에 적잖은 비용이 든다. 전국 자치단체는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와 아무도 가보지 않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해 이미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지난달 전국을 강타한 태풍 피해 복구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재원이 남아 있을 턱이 없다. 설사 재원이 넉넉해도 효자·효녀비나 정려각을 제대로 관리해 보겠다고 나서는 지자체는 흔치 않다.

효문화진흥원 관계자는 “지정문화재라면 예산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힘들다. 비지정문화재까지 관리할 수 있는 재원이 있는 자치단체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라고 말했다.

지금 효자·효녀를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일지 모른다. 효도라는 개념을 머리로 배우는 세대,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가 대부분인 가족형태의 급변, 개인주의의 만연 등으로 인해 유교사상 자체에 대한 동력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옛 시절의 효행이 번듯하게 보전되고 있더라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박물관 유물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 어쩌면 효는 시나브로 사장돼 가는 가치라고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실천 방식이 달라진 것일 뿐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의 DNA 속에는 부모 섬기는 마음, 섬기고 싶은 마음이 원색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사라져가는 효행의 상징들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 그것이 누구나 갖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죄스러움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길이다. 특히 뿌리공원이란 전국 최초의 효 문화체험 콘텐츠를 보유하고 이를 관련 관광산업으로 육성키 위해 효 문화체험관광벨트를 준비하는 대전시의 어깨가 무겁다. <끝>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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