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관섭 배재대 대학일자리본부 취창업지원팀장

 

며칠 전 대전에서 왕성히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 벤처기업 대표를 만났다. 그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알아보고 향후 채용 수요와 학생 현장실습 파견 등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문한 자리였다. 대표는 벤처기업인답게 사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회사의 발전방향과 업계동향을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IT업계의 인력수요 전망과 필요로 하는 인재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벤처업계 특성상 현장에서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가 절대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학교육과정이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혁신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을 표했다. IT관련 학과에서 4년 동안 배운 대졸자보다 오히려 산업현장 중심으로 특화된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 출신이 실무능력을 더 갖추고 있어 이들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한 능력중심으로 연봉을 책정하는 업계의 관행상 능력 있는 고졸 출신이 대졸자보다 연봉도 높은 경우가 많다고도 소개했다. 극단적인 사례일 수도 있으나 이 벤처기업 대표의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의 교육과정 특성상 급변하는 기술을 바로 반영하여 수시로 개편하고, 몇몇 계약학과처럼 개별 기업과의 맞춤형 교육과정을 편성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또한 벤처기업 특성상 실무능력을 겸비한 대졸 출신을 영입하기에는 연봉수준을 맞춰 줄 여건이 어려운 측면을 반영된 하소연이라 판단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반면 대졸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다소 불편하다. 채용정보사이트에 올라온 많은 정보가 구직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신입채용임을 명시해 놓고 우대사항으로 제시한 요구조건의 면면을 보면 경력자를 요구한다. 특정직무 얼마 이상 실무경력 또는 경험자 우대한다고 명시하는 식이다.

또한 학력무관이라 해놓고 특정전공자나 특정기사 자격증 소지자 우대라고 표시하여 실질적으로 대학졸업 학력을 요구한다. 일반 영업직 채용인데도 고급 엑셀 및 컴퓨터 활용능력 우수자 등 모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요구한다. 그렇다고 급여수준이 보통 대졸자의 눈높이에 맞춰진 채용공고는 매우 드물다. 회사내규에 따름이라고 명기되어 있는 회사에 직접 알아보면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이다. 고용형태도 정규직을 모집한다고 해놓고 수습기간 이후에 전환될 수 있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표기된 사례도 많다.

이렇듯 사람을 구하는 쪽에서는 보다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인력 채용하고,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은 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에 취업하길 원한다. 이처럼 서로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 오랫동안 인력미스매치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숙제의 해결방안은 교육과 고용정책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만 조금씩 풀릴 수 있다. 지금도 다양한 인력양성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중소기업의 고용진작책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구인자와 구직자의 시각이 평행선이 아니라 교차점이 이뤄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정부-대학-산업계가 유기적이고 긴밀한 협력 아래 지속적인 혁신이 이어질 수 있도록 좀 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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