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4월 대전의 장애어린이가 쏘아 올린 작은 바람이 2020년 기적처럼 현실이 됩니다. 대한민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대전부터 착공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사실 장애어린이의 바람은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어린이들과 같이 치료받고 교육받고 돌봄 받길 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장애어린이에게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말 못 하는 장애어린이가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마라톤에 참가해 가슴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필요하다고 붙이고 틀어지는 몸을 휠체어 벨트에 기대며 수시로 썩션을 하면서 달렸습니다. 폭염의 날씨에도 청와대 앞으로 가고, 국회에서, 시청에서 함께 했습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시작에는 장애어린이가 있었습니다.

국가에서 보는 장애어린이는 참 애매합니다. 장애어린이는 장애인인가, 어린이인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장애인 관련 부서에서는 성인장애인 중심이고 어린이 관련 부서는 비장애어린이 중심입니다. 그래서 장애어린이 관련 문제는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는 뒷순위로 밀립니다. 2015년 12월 장애어린이 가족이 KBS시청자칼럼에 나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담당 PD가 보건복지부에 들어가 인터뷰하려고 했는데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담당 공무원이 거절해서가 아니라 담당부서도, 담당공무원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나서야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장애인정책과에서 담당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해당 과에서 장애어린이가 주 대상이라고 해도 병원설립과 운영에 관여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병원은 치료뿐 아니라 교육이 함께 이뤄지는데 교육은 보건복지부가 아닌 교육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부서 간의 긴밀한 협조가 잘 진행되지 않는 모습은 장애어린이가족과 시민들에게 답답함을 줬습니다. 장애어린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유달리 어렵습니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고 100대 국정과제임에도 힘든 일인가 봅니다.

지난 2017년 3월 22일 대전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이 대전시의회에서 대전어린이재활병원 설립 운동을 하고 있는 건우네 가족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건우와 중증장애아 가족을 위로하며 "(당선되면) 임기 내에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을 세우겠다"고 공약했다. 연합뉴스

잠깐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얼마 전 이 장애어린이가 모 방송국에서 주는 상에 추천된 일이 있습니다. 어린이가 추천된 건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지만 어린이가 추천되거나 수상한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어린이는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표현은 안 했지만 이 상이 모든 시민이 아니라 어른 시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어린이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보입니다. 장애인이어서 그리고 어린이라서 세상에 나오기도 힘듭니다. 과연 장애어린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2020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착공이 그 답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분명한 건 한 장애어린이가 쏘아 올린 바람이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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