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소아 접종 백신 물량 부족할 것" 주장
제약사 "수익↓비NIP 대상 우선공급할 수밖에"
일각선 "이득만 챙기려는 병원·제약사의 술수" 지적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전국민 무료 독감백신 예방접종을 추진하자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소아과 의사들과 제약사들의 반발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백신 물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 정부가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자를 추가지정하면서 소아과는 소아에게 접종할 백신이 부족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고 제약업계는 무료접종이 늘어날수록 손해를 본다며 정부에게 눈총을 주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초 정부는 만 18세까지의 청소년을 NIP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시 한 번 독감 백신 NIP 연령 확대 방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50세 이상의 만성질환자가 NIP 대상자에 포함될 것이라는 게 의료계 종사자들의 예상이다. 올해 무료접종 대상자는 약 1900만 명으로 전년보다 519만 명 늘어난 규모다. 여기에 50대 만성질환자들이 포함된다면 약 200만 명 수준의 인구가 느는 셈이다.

이에 소아과 관계자들은 무료 접종 대상자 급증으로 인한 물량 부족을 우려한다.

대전 내 한 소아과 관계자는 “이미 정부가 무료접종 대상자에 62~64세 성인과 중고생을 추가해 소아 대상 백신 물량이 줄어든 상황인데 여기에 접종 대상자를 더 추가한다고 하면 어쩌냐”며 “다른 무료접종 백신과 달리 독감 백신은 보건소를 거치는 게 아니라 도매업체나 제약사로부터 직접 수량을 받고 접종 이후 비용을 처리하는 구조다. 이익이 안 될 게 뻔하고 정부의 계산대로 하면 가격차가 더 커질텐데 어느 제약사가 NIP용 백신 조달을 먼저 해주겠냐. 의사회 차원에서 제약사로부터 백신을 공동구매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어렵게 됐다"고 푸념했다.

의료계 종사자들의 걱정처럼 충남 소재 제약업체 직원 A 씨는 손해보는 장사라며 NIP 대상 확대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놓는다. 그는 “지금 NIP용은 1만 원도 안 되는데 비NIP는 1만 5000원이 넘는다. 이번에 정부가 NIP 조달가를 낮게 책정한데다 NIP로 전환되는 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말도 못 할 정도로 손해가 엄청날 게 뻔하다. 비NIP용 백신을 공급하는 게 더 이득이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일반인 대상 병원을 공급 우선 순위로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익만 생각하는 병원과 제약업체의 술수라고 지적한다.

대전 대덕구 거주민 B 씨는 “물량이 부족하고, 정부가 낙찰가를 어떻게 책정하고 이런 이야기들은 수익이 안 되니까 하는 소리”라며 “코로나19와 독감 두 질병이 같이 퍼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크고 하니 무료 예방접종 대상을 늘리는 건 긍정적 변화라고 본다. 의료서비스 질이 높아진 것 아니냐. 그런데 병원과 제약사들은 자기 이익은 챙겨야겠고 ‘횡포’라는 말은 듣기 싫으니 변명만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 같다”고 쏘아 붙였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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