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10곳 중 4곳만 ‘지급계획 있다’
영업제한받은 소공은 선물조차 어려워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올해는 명절길을 즐겁게 해주는 추석 상여금이 축소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역대 최악의 매출 피해를 본 만큼 자금 여력이 낮아져서다. 감염 위기와 얇아진 지갑 사정 탓에 고향 행렬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소비 악순환이 뒤따를 것으로 예측된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대전세종충남지역의 7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년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 결과, 중소기업 64.8%가 자금사정 '곤란’을 호소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1% 증가한 수치지만 업체마다 자금 부족률이 평균 58.7%(6360만 원)에 달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자금 부족 이유로는 ‘판매부진(84.8%)’, ‘판매대금 회수지연(26.1%)’, ‘인건비 상승(26.1%)’ 등이 언급됐다. 이에 따라 42.3%만 “추석 상여금 지급계획이 있다”고 응답했고, “지급계획이 없다(36.7%)”거나 “아직 지급 결정을 못 했다(21%)”는 업체가 다수로 나타났다. 대전세종충남본부는 “코로나19 피해와 추석 자금 애로가 겹쳐 현장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추석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특별자금을 지원하는 등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지난달 23일부터 약 4주간 영업제한을 받아온 소상공인들도 추석 상여금 지급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장사가 가로막힌 상황에서 임대료 등 유지비용은 계속 지출한 탓이다. 대흥동문화예술의거리상인회 이강웅 부회장은 “19일 0시부로 일반음식점에 대한 새벽 장사가 재개됐지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20~30대 청년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매출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 더구나 명절 전에는 가족선물 구매 등을 제외하곤 돈을 아껴 비수기”라며 “직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상인들은 추석 떡값은 당연히 어렵고 선물조차 생략하겠다는 말이 오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추석 상여금이 어렵다 보니 충청권 명절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신 모(38·대전 유성구) 씨는 “아이 둘이 있어 감염 예방 차 올해는 집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상여금 지급이 어렵다는 말도 돌고 있어 네 식구가 조촐하게 추석을 보낼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명절 동창 모임도 줄어들 전망이다. 충남대 학생 이 모(24·대전 서구) 씨는 “서천이 고향이라서 명절마다 중고교 동창 모임을 열곤 했는데 올해는 다들 아르바이트도 못했고 취업 위기도 높아져 다음 명절에 보기로 했다. 청년들은 취업난과 아르바이트난을 동시에 겪고 있는 만큼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하루 속히 완화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대전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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