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여신 규제 전망 고개
반대 급부로 가수요 증가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빚투’와 ‘영끌’ 열기가 식지 않는 요즘 금융 당국이 신용 대출과 관련,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출을 통한 자금 확보 활로가 막히기 전에 투자금을 마련하자는 투자자들의 전략으로 인해 마이너스 통장 발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 신규 약정액은 지난 14~17일 4일만에 7799억 원을 찍었다.

지난 7~10일 마이너스통장 신규 약정액이 4673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일주일 새 66.9%나 늘어난 셈이다. 최근 4일간 이들 은행 신용대출 증가액도 8926억 원에 달해 지난주부터 증가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등 한도 대출은 한도 금액 내에서 자금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인출해 쓸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이용자 중 상당수는 당장 자금이 필요하다기보다 미래에 대비하는 용도가 많다. 금융권에서는 정부 규제 시행 이후 한도 축소를 예상해 미리 대출 한도를 높이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은 개인의 연봉과 신용등급 등에 따라 부여된 한도 내에서 일정액을 수시로 빌려 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사용한 금액에 대해 빌린 날부터 갚은 날까지의 일수에 따라 이자가 부과되는 형식이다.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늘어난 데에는 대출 금액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일반 신용대출에 비해서는 다소 금리가 높은 편이나 최근 초저금리 기조 탓에 마이너스 통장 이용에 부담이 줄어든 탓으로 보인다.

일부 시중 은행은 신용대출 상품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은 우대금리 폭과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비대면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체 신용대출 통계에는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실제 집행된 대출만 반영될 뿐이며 마이너스 통장 한도는 집계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어 가수요에 따른 마이너스 통장 개설 증가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전 소재 한 시중은행 지역본부장은 “금융 당국이 신용 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나오는 만큼 미리 자금을 확충해 놓겠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면서 “금리가 높은 게 사실이지만 은행권 전반에 저금리 기조가 깔려 있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큰 부담으로 다가올 정도의 금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용률이 계속 올라가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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