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후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교수

 
전연후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 교수

지난 한 해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인원은 3349명이다. 1991년 1만 3429명을 정점으로 매년 큰 폭의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수는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1.22명으로 교통안전 수준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통안전 후진국은 보행사망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인구 10만 명당 보행 사망자수의 경우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무려 3배가 높은 3.5명이고 보행 사망자 비율 또한 전체 사망자의 40% 이상으로 보행 사망사고의 심각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정부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도개선과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통안전 정책도 규제라는 국민들의 거부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강화되는 것을 보면 국민 생활에 안전의 중요성이 거부할 수는 없는 대세(大勢)임이 분명하다. 최근 민식이법, 윤창호법과 같은 제도 변화도 국민들의 교통안전 인식변화를 불러 일으켜 교통사고 감소 추세(趨勢)가 이뤄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처럼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신드롬이 유행하면 어느 지점에 극적으로 폭발하는 순간이 바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한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모튼 그로진스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작은 행동과 작은 변화가 커다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적·도로환경·차량요인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 교통사고도 일종의 티핑 포인트가 있다. 교통안전에 대한 작은 제도적 변화가 큰 폭의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를 불러일으키는 순간을 말한다. 아쉽게도 과거 수없이 시행된 제도는 교통사고 감소 추세를 유도했으나 큰 변화의 전환을 이루는 대세로는 미흡한 점이 많다. 선진국 수준의 성공적인 결과를 이루려면 제도의 변화로 교통사고 감소가 가능하다는 국민들의 믿음과 과감한 추진력이 병행돼야 한다.

내년 4월에 전면 시행되는 ‘안전속도 5030’은 교통안전에 있어 교통사고 사망자의 획기적 감소로 전환할 수 있는 티핑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안전속도 5030이란 교통사고 가능성과 심각도를 줄이기 위해 도시부의 제한속도를 50㎞/h로 주택가 도로 등 이면도로는 30㎞/h로 조정하는 정책으로 도시부 도로의 제한속도를 특별히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덴마크, 독일, 헝가리 등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현저히 적은 OECD 선진국에서도 제한속도를 낮춘 후 사고율이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차량속도에 따른 사망가능성을 비교한 결과, 60㎞/h일 때 85%의 사망 가능성이 10㎞/h를 줄인 50㎞/h에서는 55%로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한속도를 낮추면 교통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우려 또한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도시부 도로는 신호등 대기시간이 전체 통행시간의 50%를 차지하고 대부분 단거리 통행이 많아 제한속도 영향보단 신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따라 도심의 교통정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전국 12개 주요도시 주행실험 결과, 도시부 구간 주행시 10㎞/h의 속도차이로 통행시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선 차량소통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의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이 교통사고 감소라는 사회적 가치를 견인하는 중요한 제도로 확산되기 위해선 안전속도 5030 전면 시행에 맞춰 국민들이 적극 동참할 수 있는 공감대와 신뢰를 제고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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