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자제 움직임, 장보기 간소화
소비자 “가격 비싸 지갑 열기 두렵다”

[금강일보 조길상 기자] “추석 대목, 올해는 정말 없어요.”

대전 중앙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의 한탄이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귀향 자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찾아올 가족들을 위해 장을 보러 나오는 이들도 없고, 간혹 나온 손님들도 한껏 뛰어오른 농산물 가격에 발길을 돌리는 탓이다.

22일 오전 방문한 대전 중앙시장의 모습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평일 오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평상시면 가격 흥정을 하거나, 선물을 준비하는 이들로 북적였으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한 과일상인은 “그래도 명절 대목엔 사람들이 제법 찾아왔다. 그런데 올해는 구경하기가 너무 힘들다. 간혹 구경하던 손님들도 비싼 가격에 그냥 간다. 과일 선물세트도 예년엔 퍽 팔렸는데 올해는 물어보는 사람조차 없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과일상인은 “올 여름 긴 장마와 폭염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대가 오르다보니 손님들이 사지를 않는다”며 “예년에 비해 도매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명절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이렇게 팔리지 않으면 손해가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상인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채소를 파는 A 씨는 “손님이 평소에 절반 이하 수준”이라며 “코로나19로 시장을 찾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명절에 고향을 찾는 이들마저 줄어들면서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고기를 파는 B 씨도 “예년에 비해 최근 매출은 30% 이상 줄어들었다. 한 명의 손님이 사가는 양이 전년에 비해 줄어든 게 큰 이유”라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라는 건 이해하지만 그 피해를 전통시장 상인들이 봐야 한다는 게 속상하다”고 억울해했다.

상인들의 근심·걱정이 날로 커가는 가운데 소비자 입장도 썩 편치는 않다. 가족들이 모이지 않더라도 차례상을 준비해야 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이날 중앙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한 시민은 “아이들이 서울에서 일하는 데 올 추석엔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 남편과 둘이서만 명절을 지내기에 예년보다 간소하게 준비할 계획”이라며 “평소에 비해 조금씩만 샀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스럽다. 조상님께 드릴 것들이라 이쁜 것들로 골라왔는데 올해는 가장 저렴한 것들을 선택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민도 “비대면 추석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명절인데 차례는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장에 나왔다”면서도 “그런데 채소와 과일, 생선 등 제수용품 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 지갑 열기가 겁이 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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