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세 대상 백신 물량 상온 노출
안전성 검증 2주 정도 걸린다는데
부모들 “공급업체 관리 안 하고 뭐 했나”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 14세 자녀를 둔 강경민(여·대전 중구) 씨는 최근 A 대학병원으로부터 독감 백신 불량으로 접종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그는 “추석 전에 예방접종을 시키려고 힘들게 예약을 해뒀는데 갑자기 백신에 문제가 있어 예약을 취소시켜야 한다고 연락이 와 당황스러웠다”며 “제조상의 문제가 없다고 해도 상온에 노출되면 약물이 변질된다든가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그것도 아이들 대상 물량이라 찝찝하고 화까지 난다. 물량 조달 인력이 없어 하청업체에다 맡겨버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소문은 무성한데 검증이 되려면 2주나 걸린다니까 너무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곽소영(37·여) 씨도 불만을 토로한다. 그는 “정부에서 공급업체 관리를 얼마나 소홀히 했으면 이 사단이 나냐. ‘트윈데믹’이다 뭐다 떠들어서 겁은 잔뜩 줘 놓고 왜 이런 실수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전성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기존 백신에 비해 3~4% 효력이 떨어진다는 의사도 있다는데 뭐가 진실인지 모르니 답답하다. 학교에선 예방접종 확인서를 내라고 연락이 왔는데 중단 결정 이후 따로 연락이 없어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2일 시작될 예정이었던 무료 독감 예방접종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부모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공급업체의 관리 미흡으로 상온에 노출된 백신이 13∼18세 대상 물량이어서다. 이로 인해 대전에서는 8만 8590명, 세종 2만 3142명, 충남 9만 4730명의 13~18세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이 늦춰졌다. 이 사태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인플루엔자 조달계약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13~18세 어린이 대상 백신의 냉장온도 유지 등의 부적절한 사례가 신고가 돼 오늘부터 시작되는 독감 예방접종사업을 품질이 확인될 때까지 일시 중단할 계획”이라며 "품질 검증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 전체 대상자에 대한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하고 확인 과정을 거친 후 순차적으로 예방접종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약 11만 8000명 정도의 예방접종이 진행됐다. 아직까지는 이상반응이 신고된 사례는 없는 상황이나 이상반응에 대해 더욱 철저히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해당 업체의 인플루엔자 백신공급을 중단하고 이미 공급된 백신에 대해서는 품질을 검증한 후 순차적으로 백신접종을 재개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이뤄질 안전성 검증에는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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