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민 한밭대 인문교양학부 조교수
(英)옥스퍼드대 OIPA 겸임연구원

[금강일보] 최근 부쩍 미디어에서 비대면 강의를 뉴 노멀(new normal)로 보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비대면 강의 비율이 코로나19 이전 때만큼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미디어 보도처럼 실제 비대면 강의가 뉴 노멀이 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지만, 비대면 강의가 어느덧 대학 교육 방식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 한 것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와 비실시간 온라인 강의로 구분되는 대학의 비대면 강의의 장·단점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예를 들면, 실시간 온라인 강의는 대면 수업과 같은 시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여전히 시간의 제약을 받는 반면 강의실까지 올 필요가 없어진 학생들의 나태함에 경종을 울리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비실시간 온라인 강의는 꼭 정해진 시간에 교육과 학습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시간 활용도를 높여주는 장점도 있고, 교수가 실시간 온라인 강의 때보다 더 내실 있는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비대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은 전반적으로 매우 부정적이다. 관련된 연구의 절대 다수가 비대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를 매우 낮게 보고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올 4월에 대학생 6,2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비대면 강의에 만족하는 비율이 겨우 6.8%에 그친 것이었다. 인터넷이나 장비 등 기술적 문제, 강의 질 문제, 교수와의 제한된 소통 기회 등 학생들이 꼽은 비대면 강의의 불만족 이유의 근원은 곧 교수를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었다.

가르치는 나도 비대면 강의가 만족스럽지 않다. 올 여름방학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 통제되는가 싶어 2학기에는 대면 강의를 할 수 있을까 했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결국 나는 대면 강의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았고, 덕분에 강의 방식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해 느꼈던 불확실함을 떨쳐낼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홀가분하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서 또 다른 걱정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수업 시간에 조는 학생들을 줄일 수 있을까? 주제 발표를 어떻게 구성하면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까?’와 같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대면 강의에서 가졌던 걱정은 분명 아니었다.

2학기 비대면 강의가 한 달여 지나는 시점에서 새로운 걱정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학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일종의 불안감이었다. 예를 들면, 학생들이 내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애매 모호한 상황이 누적되는 것이었다. 대면 강의를 하면 학생들의 표정, 눈빛, 미세한 동작 등을 보고 설명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직감적으로 가늠할 수 있어 설명을 다르게 하거나 또 다른 사례를 들어 이해를 북돋을 수 있지만, 비대면 강의에서는 그런 본능적인 교육 감각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줌(Zoom)과 같은 실시간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웹상에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지만 학생들과 눈을 맞춰가며 강의를 하기는 매우 어렵다. 학생들은 접속 후 자신의 비디오 스위치를 끄고 마이크나 채팅창을 이용하여 소통하는 것을 선호한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비디오를 켜도록 규칙을 정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줌 화면에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을 꺼릴 뿐 아니라 강의를 듣고 있는 주변 환경이 노출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반강제적으로 비디오를 켜도록 하면 강의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불편할 것이기 때문에 교수 입장에서는 학습 효과가 떨어질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지난 학기부터 재정 지원 확대와 관련 규정 개정 등을 통해 비대면 강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학 또한 비대면 강의에 필요한 기자재 보급, 인터넷 보안 강화, 일부 교수들의 일탈로 불거진 강의 질 관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비대면 강의 단점 보완을 위한 그 어떤 정책과 노력도 대면 강의에서 이뤄지는 교수와 학생 간의 교육적 상호작용의 원형을 구현해 내지 못하면 비대면 강의는 결코 뉴 노멀이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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