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금강] 강 - 이재무(1958~)
  • 이준섭 기자
  • 승인 2020.09.2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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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아프고 괴로울 때 강으로 왔다

무엇이 간절히 그리울 때 강으로 왔다

기다림에 지쳤을 때 강으로 왔다

억울하고 서러울 때 강으로 왔다

미움이 가시지 않을 때 강으로 왔다

분노가 솟구칠 때 강으로 왔다

자랑으로 흥분이 고조될 때 강으로 왔다

마음이 사무칠 때 강으로 왔다

내가 나를 이길 수 없을 때 강으로 왔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 오면

나는 꽃 한 송이 사들고 강으로 왔다

강은 바다에 미치면 죽는다
 

강은 우리 괴로움과 그리움, 기다림과 억울함, 분노와 흥분, 사무침과 억눌림을 모두 감싸 안고 나서야 깊이 흐른다. 그제야 더 멀리 이어서 뻗어간다. 그간에 우리들 삶의 땀과 피로감 씻어내며 금강은 더 큰 강으로 거듭났다. 우리가 몹시도 괴롭고 그리워 보고 싶고, 억울하여 분노하고 흥분하며 사무쳐 스스로를 억누를 때. 금강은 진정으로 큰 하늘을 열고 우리를 부르며 달려와 뜨겁게 끌어안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금강에 빚져 있고. 금강은 우리를 키운 참스승이다. 이윽고 물살 휩싸 안고 흘러가 큰 바다 물굽이 속으로 스미어 끝내 사라진다.

생의 숨 가쁜 시간 거슬러 우리 강을 찾아 올 때가 어찌 그때뿐일까. 아프고 괴로운 때. 기쁘고 즐거운 때 그뿐일까. 금강은 백제의 사내 등줄기 타고 내린 땀방울 모여 쉬지 않고 흘러온 것. 그 사내 손등으로 닦던 큰 울음 휩싸 안고 깊은 바다 속으로 삼킨 뒤. 그 이후 세찬 파도 온 바다 흔들고 밀물 썰물 몰려와 갯벌에 피어난 소금꽃이니. 금강은 생의 쓴맛 신맛 단맛 모두 감싸주는 강. 금강은 우리를 키운 참스승이다. 금강 가에 가득 피어난 꽃은 스승의 함박웃음이다.

<김완하 시인·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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