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무법천지 아파트’ 국민청원
관리업체, “미납분 부과…소송 예정”

[금강일보 이기준 기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파트 버전 도가니’ 글이 게시되면서 관리비 문제를 놓고 입주민과 관리업체 간 법정소송이 예고됐다. 청원인은 ‘아파트 관리비가 1200만 원이나 부과됐다’며 아파트 입주자대표와 관리업체가 사욕을 채우며 온갖 비리와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관리업체는 관리비 미납 증빙서류를 근거로 민사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맞받았다.

청원인은 국민청원 게시판엔 ‘서민아파트 관리비 1200만 원 부과하며 장기수선충당금통장을 경찰서에 맡겨놨다는 이곳은 아파트 버전 도가니이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렸다. 이 청원인은 해당 글을 통해 ‘대전 동구 A 아파트는 비의무관리대상이라는 허점을 이용해 수십년간 사단으로 구성된 운영진들이 입주민을 볼모로 자신의 사욕을 채우며 온갖 비리와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의 주장대로 관리업체는 최근 지난 8월 31일 납부기한으로 약 1297만 원의 관리비를 부과했다. 미납액 약 800만 원에 미납연체료가 약 480만 원가량 붙었다. 월 관리비가 6∼7만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뭔가 착오가 있어 보이지만 관리업체는 해당 청원인에게 부과된 관리비가 맞다고 강조한다.

이 아파트 관리업체 김 모 부대표는 “우리 회사가 이 아파트 관리를 맡은 건 2018년 3월부터다. 그 이전엔 아파트 입주자들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관리를 했다”며 “우리가 관리를 맡기 이전부터 누적된 관리비 미납금이 상당하다. 청원인 가구를 포함해 두 가구가 장기 미납금이 있어 관련 증빙자료를 준비해 놓고 있다. 약 7년치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나머지 한 가구는 미납금을 내지 않은 채 도주한 상태다. 조만간 민사소송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할 지자체에 따르면 이 문제는 1년 전에 불거졌다. 청원인 등 일부 주민들이 아파트 관리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고 동구는 지난해 9월 감사를 벌여 10여 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 감사 과정에서 관리비 미납문제가 거론됐지만 지자체가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당시 구는 각자의 주장을 증빙할 자료를 요구했지만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진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관계자는 “해당 아파트는 공동주택관리법상 의무관리대상이 아니어서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무관리대상 요건은 300세대 이상 또는 150세대 이상 승강기가 설치됐거나 중앙난방을 하는 곳으로 규정돼 있고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입주자 3분의 2가 동의하면 의무관리대상 신청을 할 수 있는데 해당 아파트에선 이 문제에 있어서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