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정부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고령자에게 야간운전 제한, 첨단 안전장치 부착 등 조건을 부여해 운전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추진해온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에 대한 반응은 좋다고 하니 벌써부터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2023년까지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우선 조건부 운전면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영국과 일본 등처럼 고령 운전자에게 야간운전 금지, 최고속도 제한, 안전장치 부착 등 조건을 부여해 운전을 허용하는 제도다.

경찰청이 현재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고령자의 운전 적합성을 평가하고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조건을 달아 면허를 유지시키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경찰은 운전 적합성 평가 기술을 개발하고 2024년 12월까지 적합한 조건 항목을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건부 면허제에 대한 운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특히 고령층이 상대적으로 많고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농어촌 지역의 노인들의 반응이 괜찮다고 한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 정책이 거의 먹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우리나라 노인 운전자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2만 3063건이었던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건수는 지난해 3만 3239건으로 4년 사이 1만 건이나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42.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더 큰 문제는 노인 운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버스·택시·화물차 등 운수종사자 중 65세 이상 비중은 17.4%이고, 개인택시의 경우는 39%에 달한다. 5년 뒤에는 65세 이상 노인 운전자가 164만 명 늘어난 49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이대로 방치할 경우 고령자 운전 사고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이런 점을 예상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그 중 조건부 면허제 도입은 운전자들의 반응도 좋고 상당부분 효과가 기대된다.

노인 운전자가 돌발 상황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운전을 못하게 하면 불편은 이만저만 아니다.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은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첨단 안전장치 부착 등의 조건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과도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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