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작가회의 회장

풍물놀이는 조선시대 초기부터 민중들에게 환영을 받은, 우리나라의 민중음악의 한 갈래이다. 풍장이라고도 하는 풍물(風物)은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농악기를 말하고, 그것을 두드리면서 노는 것을 풍물친다. 또는 풍장친다.라고 하는데, 그것을 연주하며(치며) 노는 사람을 풍물잽이라고 한다. ‘농악’의 하나인 풍물놀이는 농악기가 주가 되는 만큼 농사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세시풍속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인간의 삶이 안정되고 무탈하기를 바라며 한바탕 놀이를 벌이는 풍물놀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농사일을 즐겁게 하려는 우리 고유의 놀이로, 이를 위해 깃발은 물론 풍물과 의상 등을 갖추고 마을의 평안을 기원했다. 정월 대보름에 이어 모내기 철에는 농부들의 힘을 북돋웠고, 오곡백과를 추수하는 한가위에 이르면 온 마을의 아이 어른이 함께 모여 풍물잽이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먹거리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풍물잽이들의 의상에는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을 사용한다. 이 색들은 하늘과 땅과 사람인 ‘천지인’을 뜻하는데,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에 인간이 있다는 의미이다. 고깔모자와 상모를 쓰고 한복 위에 검정과 청색의 조끼를 입고 삼색 띠를 X자로 양쪽 어깨에 두르는데, 빨간 끈은 허리에 매고 미투리를 신는다. 하얀 한복에 빨강, 파랑, 노랑 흑은 오방색을 써서 음양오행에 입각한 만물의 조화와 이치를 담아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풍물을 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신명이 난다.  

풍물놀이의 명칭은 웃다리, 호남농악, 영남농악 등으로 지방마다 다르게 불리는데, 충청도와 경기도 일대에서는 ‘웃다리 농악’이라고 칭한다. 대전의 웃다리농악의 시조는 월해 송순갑(1909~2001) 선생이다. 송순갑 선생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풍물과 각종 연희를 전문으로 하는 예인단체인 남사당에서 활동하여 선배들과 시민들에게 훌륭한 예능인으로 기억되고 있는데, 1958년에 남사당 재 창단 공연에서 남사당 계보를 잇는 마지막 상쇠로서의 예능을 만천하에 펼쳐 보였다.  

현재, 대전의 웃다리농악은 송순갑 선생의 장남인 송덕수 보유자가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2007년에 대전무형문화제 제1호 보유자로 지정을 받은 송덕수 보유자는 2009년에 웃다리농악전수교육관이 건립되면서 제자들과 후학들에게 대전 웃다리농악을 계승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중에는 공연 및 정기발표회, 웃다리농악 경연대회, 명인 큰잔치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농악은 2014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었는데, 광명, 남원, 천안 등 여러 도시에는 ‘시립농악단’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전에는 그런 지원이 없다보니 후학들을 좋은 인재로 키워 놓아도 농악단이 있는 다른 도시로 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한국 문화, 그 가운데 대전 고유의 웃다리농악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이는 지점이다. 문화가 풍성한 시는 그 만큼 시민들을 행복하게 한다. 머지않아 대전에도 시립농악단이 창단되어 그와 함께 시민들이 신명나게 놀아볼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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