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부터 가을축제까지 잇달아 취소
“축제 없으니 삶의 활기 사라졌다”
일자리 사라져 추석 귀성길 오르기도 막막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코로나19로 사방이 막힌 가운데 추석 명절 분위기와 함께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했던 크고 작은 축제들이 자취를 감춰 버렸다. ‘함께하는 명절’의 온기를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별거 아니라고 여겼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마음이 휑한 요즘이다. 싱그러운 제철과일을 직접 살펴볼 수도 없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조차 갖을 수 없게 됐다. 명절과 축제의 존재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했던가. 그 활기를 잃어버린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안부 전화와 살 길을 찾기 위해 생전 모르던 온라인 시장에 몸을 내던져야 하는 게 전부다. '가을에는 낫겠지' 싶어 잠잠해지길 기다렸지만 여전히 기세등등한 코로나19에 고향집에는 공허함만이 감돌고 하반기 축제들 역시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오매불망 자식들을 기다리던 부모님, 축제에 특산품을 내놓기 위해 오랜 시간 정성들여 일한 농어촌 주민들도, 좋은 품질의 농수산물을 값싸게 살 수 있다는 기대로 마음이 부풀었던 지역민에게도 안타까운 소식이다.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농민과 지역민들만이 아니다. 행사업계도 눈앞이 깜깜할 따름이다. 무대, 음향, 영상제작, MC 및 행사에 꽃이라 불리는 가수들까지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추석 귀성길이 막막한 이유다.

축제 기획운영사를 운영하는 김 모(44) 씨는 “충청권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축제는 행사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물론 매해 위탁 경쟁이 치열해 변동이 있긴 하지만 올해는 다들 계약 없이 생존에 크나큰 위협을 받고 있다”며 “무엇보다 축제 현장에서 지역민을 비롯한 관광객들과 오래도록 만나지 못해 축제에 흠뻑 빠져 살던 활기가 사라졌다”고 힘없이 말했다.

때 아닌 보릿고개를 마주한 상황인 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취합한 ‘지역축제 개최 현황’에 따르면 올해 열리기로 했던 축제는 968개다. 5월 4일을 기점으로 상반기에 예정된 358개 축제 중 실제 진행된 건 1월 축제뿐이다. 나머지 행사들은 대부분 취소됐으며 일부는 온라인 개최로 생색만 냈다.

충청지역에서는 충남 공주·부여의 대표 축제 ‘백제문화제’, 대전의 유성온천문화축제, 효문화뿌리축제, 칼국수축제, 대전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 등 많은 지역 행사가 취소됐다. 대전 유성구 국화 전시회는 화훼농가를 돕는 방향으로 소규모 분산개최를 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보은대추축제나 금산인삼축제 등 언택트 노선을 탄 축제도 있다. 다만 지금껏 유례없던 일이기 때문에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상황이다.

충남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조병환(69) 씨는 “코로나19에 축제까지 사라지면서 도내 농가들이 힘들어졌다. 그나마 농사랑(충남 대표 농특산물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할 예정”이라면서도 “아무래도 농산물 특성상 직접 보고 사고파는 게 좋으니까 많이 나갈 거라는 기대는 안 하려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민들도 이런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매년 어머니를 모시고 대전 유성구 국화 전시회에 방문한다는 박성관(47) 씨는 “일 때문에 타 지역에서 살고 있다. 상황이 어려워져 이번 추석에 어머니를 뵙기도 막막한 심정이다. 대전에 혼자 사시니까 꽃도 보고 바람도 쐴 겸 지역 축제라도 모시고 가면 좋을 것 같아서 매년 국화 전시회에 함께 갈 수 있게 노력했는데 이번에는 그마저도 못 가 죄송스런 마음”이라고 씁쓸해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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