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감소, 집밥 수요 증가 등 겹쳐
채소·과일류 금값 행진까지, 소비자 울상

[금강일보 조길상 기자] 추석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소비자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채소와 과일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쌀값마저 오름세를 보이면서 부담을 더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대전지역 배추(고랭지, 1포기) 가격은 1만 1000원으로 전년 대비 69% 올랐다. 무(고랭지, 1개)와 양파(1㎏), 건고추(화건, 600g)와 파(대파, 1㎏)는 각각 4000원, 2100원, 2만 2000원, 3500원으로 1년 전보다 68%, 62%, 57%, 40% 상승한 수준이다.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최근엔 쌀값마저 오름세를 보인다.

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5일 기준 쌀(20㎏) 도매가격은 5만 3120원으로 전년대비 9.8% 올랐다. 평년 가격과 비교해선 무려 29.6% 급등한 수준이다. 쌀값 급등의 원인은 우선 공급 감소의 영향이 크다. 쌀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줄어든 데다 올 여름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집중호우로 병충해가 발생했고, 연이어 다가온 태풍으로 벼 쓰러짐 등의 피해까지 겹쳤다.

그 결과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1.2% 줄어 올해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쌀 공급은 줄어든 반면 소비는 증가세다. 그동안 1인 가구 증가, 식생활 변화 등으로 국내 쌀 소비량은 감소세를 이어왔다. 통계청의 농림어업 통계정보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쌀 소비량은 2009년 74㎏에서 2018년 61㎏으로 감소했다. 매년 1㎏ 내외로 쌀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였고 올해는 쌀 소비량이 5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집밥 수요가 증가하면서 쌀 소비량 감소에 제동이 걸렸다. 쌀 소비량 감소세가 예년에 비해 작거나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쌀 공급량은 줄었는데 소비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이어감에 따라 쌀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거다.

지역의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역대급 장마와 다수의 태풍 등의 영향으로 벼의 생육이 부진해졌고 이로 인해 물량이 전년보다 줄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가정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큰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내년 수확기까지 쌀값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채소·과일류의 ‘금값’ 행진에 이어 쌀값마저 오름세를 보이자 소비자들은 “올라도 너무 올랐다. 그래도 명절인데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만 내쉴 뿐이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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