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물백신’ 가능성 커 재사용 불가 주장 제기
백신 추가 생산 불가해 폐기 어렵다는 의견도
정부 “전수조사 끝나고 폐기·재공급 결정 내리겠다”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독감 무료 예방접종에 쓰일 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방역당국이 전 물량 검사에 돌입한 가운데 문제의 백신을 폐기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온도로 인해 백신 내 단백질 등이 변성, 효과 없는 ‘물백신’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부 지역 병·의원들은 해당 백신이 재공급될 시 공급받은 백신을 전부 반납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친다.

현재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의 백신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품질에 이상이 없을 경우 해당 백신을 다시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신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 특정 질병 혹은 병원체에 대한 후천성 면역을 부여하는 의약품이다. 백신을 접종 받으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미래에 침범하게 될 병원체에 대해 우리 몸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백신에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여러 가지 단백질이 포함되는데 상온에 노출되면 항원과 단백질 모두 변성할 가능성이 높다.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이에 지역 의료계 관계자들은 해당 백신 물량을 전부 폐기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한다.

대전 A 병원 관계자는 “부작용도 부작용이지만 물백신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에선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독감 백신의 경우 섭씨 2도에서 8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상온에 노출된 백신을 어떻게 환자에게 투약하냐”며 “검사해서 별 이상이 없으면 재공급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정부가 재공급 결정을 내리면 공급받은 전량을 보건소에 반납하겠다는 의사들도 적잖다”고 귀띔했다.

대전 서구 소재 내과 전문의의 의견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는 “물백신을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것은 의사된 도리와 양심에 반하는 일이다. 설사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해도 분명 효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접종자 중 한 명이 이상반응을 보였다. 전량 폐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적잖은 의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백신 폐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대전 B 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백신 추가 생산이나 수입은 불가능하다. 일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해당 백신을 폐기하게 되면 백신 부족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감이 격화될 것"이라며 "지금도 물량이 얼마 없어 곧 소진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 폐기하면 더 줄어든다는 게 아니냐. 독감 백신 생성에는 못해도 약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전수조사 결과가 긍정적이어도 우선적으로 정부와 의료계와의 상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일침했다.

한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의료계의 백신 폐기 주장에 대해 “조사와 품질검사를 통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먼저 살펴야 한다”며 “폐기나 재공급 등에 대해서는 제품에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한 후에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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