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총파업과 의대생들의 의사국가고시 거부 등의 여파로 의료계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러한 판국에 일부 병원이 백신값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해 민심이 들끓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간 창궐로 국민 생활은 말 그대로 도탄에 빠졌다. 기본 생활이 무너지고, 경제가 무너져 국민은 누구랄 것 없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동절기가 다가오면서 기존의 독감과 더불어 코로나19가 동시 창궐하는 더블 팬더믹에 대한 공포가 날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백신의 상온 유통 사건이 터져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가만 내버려 둬도 제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를 둘러싸고 벌어진 최근의 사건으로 인해 불신이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판에 일부 병원들이 국민의 불안감을 약점 삼아 백신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해 판매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대전 서구와 유성구를 중심으로 4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은 상태다.

가족 수가 많으면 상당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경제 파탄으로 수입이 줄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가고 있는 가정 살림을 생각하면 백신 가격을 4만 원까지 받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무료 접종하기 위해 공급되던 일부 백신이 상온에 노출돼 국민적 불안과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나약한 마음을 노려 백신값을 갑자기 끌어올리니 야속하기 짝이 없다.

백신 제조사가 도매상에게 넘기는 가격이 1만 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라는데 소비자가 4만 원에 접종한다면 누가 뭐래도 과중한 가격이다. 더구나 최악의 경제 상황이 아닌가.

일부 도매상도 국민 불안을 틈타 병원에 제공하는 가격을 대폭 상승시켰다니 그들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민의 얼어붙은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배 채울 생각만 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와 더불어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면 이번 겨울철엔 그야말로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가뜩이나 불안한데 백신값을 가지고 잇속만 차리려는 행태를 보이니 화가 날 만하다.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창궐이 염려되는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방어하고자 하는 아주 간절한 마음을 짓밟지 말아야 한다. 백신 가격의 안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백신 제조사, 유통사, 병원 누구랄 것 없이 올해만큼은 얄팍한 상술을 뒤로하고 국민의 처지를 이해하고 상처 난 마음을 보듬어 주길 바란다. 시국을 고려해 폭리를 추구하겠다는 마음을 접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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