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무원 사살 이슈로 이념 갈등 표출
국감 목전, 차기 地選 염두 물밑행보 분주

[금강일보 최일 기자]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시절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한가위 연휴. 침체된 민생경제, 고향 방문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어색한 분위기만큼 담담해진 추석 민심과 달리 ‘그들만의 리그’인 정치권은 물밑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문재인정부의 실정(失政)과 도덕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 북한군의 서해상 실종 공무원 사살 사건에 따른 이념 논쟁 등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충남 금산이 고향인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모든 국민이 시름을 덜고 풍성하고 넉넉한 마음을 나누는 한가위가 됐어야 했는데, 국민의힘은 북한군이 연평도 실종 민간인을 피살한 안타까운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추석 밥상을 어지럽히려 했다. 우리 군은 제한된 상황에서도 원칙과 절차에 따라 대응했고, 정부는 반인륜적 행위를 한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얻어냈다. 나아가 정부와 민주당은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북한에 제안했다. 이것이 명확한 팩트”라고 말했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대전 대덕구 출마설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서울 중구·성동을에서 처음 국회의원 배지를 단 박 대변인은 “건강한 견제와 대안 제시는 언제든 환영하지만 국민의힘은 세월호 참사의 비극까지 꺼내면서 비판을 위한 비판만 일삼고 있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이 무혐의를 받아 ‘추풍’이 먹히지 않으니 ‘북풍’을 시작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대전에서 단 한 명의 21대 국회의원도 배출하지 못하며 민주당에게 참패배를 당했던 국민의힘은 연휴 직전 대전시당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며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의 토대를 다지려 애썼다. 또 서해상에서 자행된 북한군의 만행을 막지 못한 민주당 정권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문 대통령을 규탄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장동혁 시당 위원장은 “우리 국민이 죽었는데,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나? 국민의 생명이 사그라지는 동안 수수방관한 청와대와 대통령의 무책임을 국민에게 고하고자 한다”고 했고, 이은권 전 국회의원은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지금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북한, 또 북한이다. 참다못해 거리로 나왔다”며 분노한 민심을 대변하려 했다.

예년 같으면 여야의 귀성객 맞이 경쟁으로 떠들썩했을 대전역도 올해는 달랐다. 당 차원의 귀성 인사 행사가 취소돼서다. 마스크로 가린 얼굴에 주먹 인사를 하는 것이 우리네 명절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니, 당원들을 동원해 세 과시를 했다 해도 평소 정치인들에게 냉담한 시민들의 반응은 더 차가웠을 터.

하지만 여야는 추석 연휴 직후 펼쳐지는 국정감사(7~26일)에서의 격전을 벼르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고, 오는 2022년에 시선을 맞춘 지역 정치인들은 표밭갈이로 분주한 연휴를 보냈다. 2년도 채 남지 않은 민선 8기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가 시작됐다는 의미로,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긴 했지만 한 명의 주민이라도 더 만나려 발로 뛰며, 지지세를 넓히려 안간힘을 썼다. 사상 초유의 ‘비대면 추석’을 맞아 정치인들은 홀로 역과 터미널에서 귀성객을 맞는 사진을 찍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시하는 등 온라인 홍보에도 부쩍 신경을 썼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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