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관섭 배재대 대학일자리본부 취창업지원팀장

 

청년취업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항상 고용시장의 ‘미스매칭’ 문제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수요와 공급이 공존함에도 매칭이 되지 않은 상황인 미스매칭은 청년고용을 더욱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의 하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로 이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청년실업자가 역대 최대인 45만 명이 넘고, 청년 4명 중 1명 이상은 일 없어 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달 기준 30대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지난해 동기보다 11만 여명 감소한 반면 실업급여에 의존하는 청년은 약 40%나 늘었다. 매달 1조 원 넘는 실업급여 가운데 청년층이 절대적으로 차지하고 있다. 고용시장의 미스매칭 현상도 심각해 기업들의 미충원 인원도 6만 명에 달한다.

현재 기업들이 가장 채용을 원하고 있는 인력은 역시 신기술분야이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가 더욱 늘어난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일할 능력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 오는 2022년까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4개 유망 분야에서 3만 명 이상의 신규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란 예측이다. 현재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언택트) 관련 IT 인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에서는 관련 업무를 수행해 줄 인력이 절대 부족한 미스매칭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 한국형 뉴딜정책의 학생과제 중 하나인 인력양성을 위해 내년 1월부터 ’K-디지털 트레이닝’ 사업을 추진한다. K-디지털 트레이닝의 목적은 현장에서 필요한 디지털 인재 양성이다. 올해 1만 7000명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총 18만 명의 IT인재를 배출하여 미스매칭 해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교육훈련기관으로 선정된 43개 기관에는 기존 순수 직업훈련기관만이 아닌 신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크다.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은 디지털 기업인 쏘카, 우아한형제들, 카카오페이, 마이리얼트립, 네이버 등이 직접 또는 교육기관과 협업하여 프로젝트형 훈련과정을 설계함에 따라 취업 연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디지털 트레이닝’ 사업에 대한 기대와 함께 몇 가지 보완되어야 할 점도 있다. 이 사업이 “코딩의 기초를 모르는 비전공 청년에게도 디지털 일자리의 길이 열린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공업수학적 지식과 접근방식이 전무한 인문사회계열 전공자가 개설된 과정을 제대로 소화하기에는 벅찬 점을 고려한 교육과정 반영이나 낮은 단계의 교육과정 이수 이후 본 과정으로 진입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청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교육기관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에는 몇몇 교육기관에서 기존 운영되는 과정이 주로 선정됐다. 따라서 지방거주 청년들이 참여하고 싶은 교육기관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무료로 제공되는 교육비 외에 거주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당장 교육기관을 확대하기 어렵다면 이들을 위한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이 사업마저도 미스매칭이 일어나 수도권 대학 출신자 또는 거주자들만의 잔치로 끝날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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