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권 설정 비용 떠넘기기 '부당' 판정하고도 대책 요구 그쳐
시민들 "훔쳤다가 돌려주면 죄 안 되나" 대기업 봐주기 의구심

충청에너지서비스가 홈페이지 팝업 공지를 통해 구분지상권 설정 비용 환불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충청에너지 홈페이지 화면캡처

 

[금강일보 정봉길 기자] <속보>=충북도가 충청에너지서비스(이하 충청에너지)에게 애매모호한 행정조치를 내려 빈축을 사고 있다. <본보 9월 23·25일 16면 보도>

일각에서는 이 조치를 두고 그저 형식에 불과한 ‘봐주기 식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충북도는 최근 충청에너지를 상대로 도시가스 지상권 설정 비용 처리 방안에 대한 조치계획을 오는 8일까지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도시가스사업법에 의거해 공급규정에서 정한 시설분담금 외의 분담금액을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적법한 방법으로 변경조치하고 그동안 사용자들에게 부담시킨 지상권 설정 비용 또한 소급적용 방안 등을 마련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충북도의 이런 애매한 행정조치에 일부시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충청에너지의 입장을 듣고자 함이지, 행정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충청에너지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달까지 5년 동안 총 288건의 도시가스 지상권 설정 비용을 사용자들에게 받아왔다.

비용 금액은 각 가구당 30만~35만으로, 총 1억여 원이 넘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도시가스사업법에서 지상권 설정은 의무화 하지 않는다.

게다가 가스 사용자에게 설정 비용을 받으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곧 토지주들을 상대로 지상권 설정을 하고, 그 비용을 사용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부당행위가 명확하게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처벌을 강화하지 않은 점에 대해 일부시민들은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시민 김 모(53) 씨는 "대형 기업체가 시민들을 상대로 법적 근거가 없는 계약을 체결하고 수백여 명에게 부당하게 돈을 받았는데 고작 이런 조치를 내린 이유를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다른 시민 이 모(49) 씨는 "도둑이 물건을 훔친 후 적발되면, 다시 물건만 갖다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는 거냐"며 "충북도와 업체간 유착관계가 아니면, 이런 일은 절대있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업체들의 형평성 논란과 재발 방지 차원에서도 엄격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충북도 관계자는 처벌 수위에 대해서 만큼은 유권해석을 달리했다.

도 관계자는 "이 계약은 업체와 사용자 간 민법에 의거해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이 위법이거나 무효 처분이 나오면 잘못됐지만,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도시가스법에 따라 업체와 당사자간의 계약 체결이 문제가 없더라도 설정 비용은 업체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추후 조치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시민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충북도가 입맛에 맞는 이중 잣대로 행정 집행을 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제천=정봉길 기자 jb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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