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문지초 교사

 

검비, 푸리, 카스, 오스, 초코...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 이름이다. 생김새와 성격 등을 고려해 나와 아내가 심사숙고 끝에 지어준 이름이다. 코리안 숏헤어는 페르시안, 샴, 러시안블루, 아메리칸 숏헤어, 잉글리시 숏헤어와 같이 정식 품종은 아니지만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한국의 토종 고양이이다.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해서 그들을 우습게 보면 안된다. 고양이 중에서도 코리안 숏헤어는 영리하고 건강한 품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내가 길고양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히 접한 동영상 한편에서부터였다. 어미에게 버려져 제대로 먹지도 못한 아픈 새끼 고양이를 한 여성이 구조했다. 너무나 꼬질꼬질한 새끼 고양이를 목욕시키는 과정에서는 구더기가 온몸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목욕을 시켜놓고 보니 검은색인 줄 알았던 그 고양이는 흰색의 고양이였다. 몸이 앙상하게 말랐고 온몸에 탈모가 있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동물병원에 데려가 기본적인 검사를 하였는데 다행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후 그 여성은 그 고양이에게 ‘로또’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을 다해 돌보았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로또는 삶에 대한 의지가 대단했다. 자는 중에도 “로또야”하고 부르면 작고 아픈 몸을 이끌고 와서 열심히 사료와 간식을 먹었다. 주인의 정성어린 돌봄으로 로또는 건강하게 쑥쑥 자랐다. 몇 달 뒤, 로또는 그 어느 고양이보다 건강하고 애교 많은 사랑스러운 어른 고양이가 되었다. 이 영상을 보면서 나는 고양이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고,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 보았다.

고양이는 정말 매력적인 동물이다. 개와는 달리 주인에게 놀아달라고 보채지 않고 늘 도도함을 잃지 않는다. 또한, 주변을 항상 깨끗이 하는 깔끔한 성격에 모성애가 매우 강하고, 사람을 절대 먼저 공격하는 일이 없는 평화를 사랑하는 동물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에 대해서는 더욱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길고양이 학대 및 살해 관련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가해자들은 그냥 고양이가 싫다, 기분이 나쁘다 등의 이유를 든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이유 없이 싫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내와 나는 오늘 저녁에도 고양이를 보러 동네 산책을 나갈 것이다. 어미를 찾으며 애타게 야옹거리던 아기고양이 푸리와 최강 친화력을 자랑하며 온몸을 비비대는 검비, 그리고 콩나물밥집 앞을 늘 지키는 카스와 오스 남매 모두가 우리의 소중한 친구들이다. 오늘은 어제 만나지 못했던 초코가 우리를 반겨주면 좋겠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