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별 단체로 대리 취소했다는데
국시원은 2800여명에 응시 수수료 환불
일각선 ”규탄받아 마땅한 일“ 반응도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의사 국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 대해 전국의 대학병원장 등 의료계의 구제 요청이 이어지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대생들이 시험 접수를 단체로 대리 취소한 사실이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이 취소 의대생 2800여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수수료를 환불해 준 것으로 드러나자 일부 의료계 종사자들과 시민들 사이에선 납득할 수 없다는 냉랭한 반응이 나온다.

국시원의 '의사국가시험 접수 및 환불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생 중 2824명은 지난 8월 24일 하루 동안 응시 신청을 취소했다. 국가시험 응시를 취소할 때는 응시생 본인이 직접 하는 게 맞지만 시험을 취소한 응시생 2824명은 30여명에서 80여명씩 학교별 단체를 이뤄 대리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시원은 집단 취소 시 위임장을 첨부했지만 본인 의사가 직접 확인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 의사를 직접 확인하고자 1인당 서 너 차례 통화를 했다. 이후 시험 취사 의사를 밝힌 의대생들에게 규정에 따라 응시 수수료 62만 원의 50%인 31만 원을 환불해줬다는 후문이다. 상황 변동에 따라 이달 5일 기준, 응시를 취소한 사람은 2734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에게 지급한 환불 총액은 8억 4100만 원에 달한다. 일부 의료계 종사자들은 의대생들과 국시원의 행동에 대해 날선 비판을 던진다.

대전 A 병원 전문의는 ”앞서 의대생들이 의사국시 응시 의사를 밝히고 대다수 선배 의사들이 이를 지지, 재응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지만 사실 권력놀음이나 다름 없다“며 ”애시당초 응시를 취소하는 방법 자체가 지침을 어겼는데 어떻게 이를 지지할 수 있을까. 양심상 그럴 수 없다“고 쓴소리했다. 이어 ”의대생들 뿐만 아니라 국시원에게도 책임이 있다. 전례 없는 의대생들의 불공정 행위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전화해서 수수료를 환불해주는 건 또 무엇인가. 규탄 받아 마땅하다“고 일침했다.

대전 A 병원에서 만난 한 내원객은 ”편법으로 대리취소를 했는데 왜 돈을 환불해 주느냐. 아직 정식 의사가 아닌 의대생들이 이런 특혜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 화가 나면서도 슬프다“며 ”이들이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계를 책임지게 될 것이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벌써부터 권력을 휘두르는 데 맛이 들리게 되면 안 되는 데 기술적으로 유능한 의사라도 인성이 의심될만한 일이라 솔직히 내 신체적 아픔을 맡기는 데 회의적인 생각도 든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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