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공주 주재기자

이건용 <공주 주재>

[금강일보 이건용 기자]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90년 전의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1931년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받은 보상이 금강교(금강철교)다. 정확히 89년이 흐른 2020년 세종시에 3개 면 21개 리 76.1㎢를 떼어주고 받은 보상이 고작 제2 금강교에 머무를 판이다.

당시 부동산 가액만 1조 8000억 원이 넘는다. 2012년 세종시 출범과 함께 순수하게 세종시로 넘어간 인구만도 6000명에 가깝다. 매년 교부세와 시세 손실액이 173억 원에 달하고, 시유재산 감소액 132억 원, 지역 내 총생산액 감소액 3500억 원 등의 막대한 재정적 타격을 입었다.

한국영상대학(전 공주영상대학)을 비롯해 남양유업과 산림박물관, 32사단 등 의 공공기관도 세종시에 편입됐다. 세종시 출범에 따른 빨대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주로 젊은 층이 세종시로 물밀 듯 빠져 나가면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4.3%(2019년 6월 기준)에 달한다. 평균연령은 48세로, 인구 또한 간신히 10만을 넘기고 있다.

충남 연기군 전역이 ‘세종시 특별법'에 포함되면서 세종시에 편입된 공주시의 3개면 21개리를 제척(除斥)시켜 달라는 요구도 묵살됐고, 이후 세종시와의 상생방안 마련에도 불구 손에 잡히는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세종시 출범으로 가장 큰 손실을 보고도 얻은 거라곤 고작 다리 하나다. 그것도 어렵사리. 지난 2004년부터 신행정수도 사수에 혼신을 다했던 결과가 이 모양이니 보상은커녕 외려 뒤통수만 맞았다는 자성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07년 충남도청의 내포 이전 때도 먼 산만 바라봐야 했다. 공주시민들의 염원이던 ‘공주 환청’은 말짱 도루묵이 됐다. 화딱지가 끓어올라 심통을 부릴 만도 하건만 참으로 무던하다. 분명 바보가 아닐진대···.

엊그제 대전과 충남이 ‘혁신도시’에 승선하면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지난 2005년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추진하면서 전국에 혁신도시를 지정했지만, 대전과 충남은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된 뒤 15년 만의 경사다. 혁신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공공기관 유치다. 지역인재의 공공기관 취업률 향상, 정주인구 증가와 여건 개선, 민간기업 유치 등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그 달콤한 꿀단지를 나누기 힘들다는데 있다. 당장 충남도는 내포신도시를 지난 7월 혁신도시 입지로 명시해 놓고 있다. 995만㎡의 신도시 곳곳이 공터로 남아 있고, 당초 목표인 인구 10만의 27% 수준에 머물고 있는 내포신도시에는 분명 호재임에 틀림없다. 세종시에 공주시 일부(전체 면적의 8.2%)와 연기군을 내준 뒤 인구 및 세수 감소 등으로 속앓이를 해온 충남도로써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됐다.

하지만, 혁신도시의 일등공신인 공주시민들로서는 환호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박수 속에 못내 긴 아쉬움과 씁쓸함이 배어 있다.

철도 건설과 궁민 구제자금 융통 등 20가지에 달하는 보상을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던 90년 전 도청 이전 반대운동 당시와 지금 공주의 모습이 너무나 닮아있다. 세종시 주변지역의 상생발전 지원방안 마련을 규정한 ‘세종시 특별법’조차 유명무실한 상황이니 말이다.

야속하고 허망한 세월을 넉넉한 금강을 바라보며 달래보려 했건만, 요즘 돌아가는 꼬락서니로 봐서는 그나마도 날아가게 생겼다. 해체시기를 못 박지 않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니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지금이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할 시기’다. 언제까지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릴 텐가.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다. 지나간 과거 속에서 숫하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누구도 밥을 떠먹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일어나 살아남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처절함과 지역발전에 대한 애착이다. 더 이상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양반입네 거드름이나 피우고, ‘에헴’하며 점잔만 빼서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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