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 출간, 한인섭 교수 대담

[금강일보 최일 기자] ‘그의 삶 자체가 한국 민주화운동의 궤적이다.’

대전 출신의 민주화운동가 김정남(78) 선생을 기억하는가? 그의 민주화운동 40년을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1960년대부터 군사독재에 맞서 재야 민주화운동에 헌신해 온 그와의 대담집 ‘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민주화운동 40년 김정남의 진실 역정’(도서출판 창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영화 ‘1987’의 모티브로 알려진 김정남 선생이 인권변호사들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협력자, 김지하의 친구, 김영삼 연설문의 작성자 등 무수히 많은 역할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당하며 민주화운동을 실제로 기획하고 뒷받침해 온 인생 역정을 담아냈다.

그를 대담한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홍성우 변호사, 함세웅 신부 등 민주화운동의 주역들과 인터뷰 작업을 하면서 우리 현대 정치사의 충실한 기록자를 자임해 온 바 있다. ‘그곳에 늘 그가 있었다’는 국내외에서 민주화에 협력했던 숨은 주역들의 이야기와 박종철 고문치사 등 주요 사건의 내밀한 사정까지 꼼꼼히 수록, 김정남 개인의 일대기를 뛰어넘어 우리 현대사와 민주화 연구의 좋은 자료라 할 수 있다.

김정남 선생. 창비 제공

1942년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정남은 고교 시절인 1960년 4·19혁명의 기폭제가 된 대전 3·8민주의거에 참여해 민주화 투쟁에 뛰어들었고, 서울대 운동권 서클 ‘불꽃회’ 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후 1970년대 김지하 구명운동의 실무 역할을 주도했다.

또 1975년 민주회복국민회의를 통해 양심선언운동을 제창한 그는 각종 성명 작성, 구속인사 변론자료 준비와 구명운동, 구속자 가족에 대한 지원, 해외 지원세력과의 연대, 수배자 은신처 마련과 수발 등에 헌신했다.

특히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함께 폭로함으로써 6월 항쟁이 폭발적으로 전개되는 데 기여했다. 1988년 평화신문 편집국장으로 창간에 참여했고,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을 역임한 그의 저서로는 ‘4·19혁명’, ‘진실, 광장에 서다’, ‘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 수 없다’, ‘이 사람을 보라’ 등이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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