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보상금부터 박준영 변호사, 황상만 전 형사 관심

영화 재심 스틸컷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이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면서 관심집중이다.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전북 익산시 약촌 오거리 부근에서 택시운전사 유모씨가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15세의 나이로 최초 목격자였던 최씨는 범인으로 몰려 재판에 넘겨졌고 2심에서 징역 10년을 확정 받고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이후 최씨는 "경찰의 폭행과 강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2016년 11월 무죄를 확정받고 누명을 벗었다.
 
앞서 2003년 경찰은 진범 김씨를 긴급체포 후 구속영정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기각했고 이후 김씨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지인과 각본 짜듯 얘기를 나눈 것"이라며 "부모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꾸며낸 얘기를 토대로 허위자백을 했을 뿐"이라고 진술을 번복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2006년 구체적인 물증이 없다며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김씨를 기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심 재판 결과 최씨에게 무죄가 내려졌고 이에 따라 검찰은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김씨를 검거해 조사를 벌였다. 김씨는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으나 검찰은 부검 결과 및 전문가 의견 등에 비춰 김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구속기소했고 1심과 2심에서 김씨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013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방영되며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은 일명 레전드편이라 불리며 재조명받았고 '그것이 알고 싶다'로 인해 당시 사건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시청자들의 계속된 관심으로 재수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6년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 담당 경찰관이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돼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사진은 무고한 피해자(연합뉴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억울하게 10년간 옥살이를 한 최모(33)씨가 8억40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이 사건을 변론한 박준영 변호사에 따르면 24일 광주고법 제1형사부는 재심으로 16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은 최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형사보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총 8억4058만2000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최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형사보상 신청사건을 법원이 인용한 것이다.

형사보상은 구속 재판을 받다가 무죄가 확정된 경우 구금 일수만큼 보상해주는 제도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구속 등으로 구금된 뒤 무죄가 확정되면 그 해의 최저임금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적용해 구금 일수만큼 형사보상금을 지급한다. 같은 법의 시행령은 보상 한도를 최저임금액의 5배로 규정한다. 법원은 최씨가 9년 7개월간 옥살이를 한 점을 감안해 보상금액을 최대로 적용했다.

최씨는 형사보상금 8억여원 가운데 10%를 기부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채널A

한편 지난 7일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에는 "오늘은 법과 관련된 사람들의 눈맞춤"라는 3MC 강호동 이상민 하하의 예고 속에 박준영 변호사가 등장했다.  
 
그는 "재심 전문 변호사는 정말 제가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인생 경로"라며 "고졸 학력에 대학교를 중퇴하고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했는데, 20대부터 온 탈모 때문에...삭발하고 공부하는 게 가장 현실적 선택이었다"고 말해 '반전 매력'을 뽐냈다. 그러면서도 박 변호사는 "주변에선 저와 영화 '재심' 주인공 정우가 좀 헷갈린다고도 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런 그를 눈맞춤방에 소환한 인물은 바로 경찰 생활 33년의 베테랑이자 '깡패 형사'라는 별명을 가진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황상만 씨였다. 그는 "범죄자의 눈빛을 보면 그 사람의 감정을 다 알 수 있다. 특히 조폭들을 제압하려면 일단 눈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며 날카로운 눈빛을 뽐냈다. 그리고 박준영 변호사에 대해 "그 사람 참 이상한 사람"이라며 본격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황 반장과의 만남을 앞둔 박 변호사는 "제가 그 당시 너무 경솔하게 판단했다. 제가 죽일 놈이다"라며 고개를 숙였고, "황 반장님이야말로 영화 '재심'의 진짜 주역"이라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황 반장은 영화의 소재가 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대해 1년간 자비를 들여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작성했고, 이 기록이 바로 재심 사유가 됐다. 또 진범 재판과정에서도 수사 내용을 토대로 황 반장이 직접 증언에 나섰고, 그 결과 진범은 15년 형을 받았다. 박 변호사는 "황 반장님은 진범이 밤늦게 사무실로 찾아올까 봐 너무 무서웠던 내 두려움을 없애 주신 분"이라며 고마워했다. 박 변호사는 황 반장을 찾아가 설득 끝에 4년간 재심을 준비했고, 1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 변호사는 "제가 영화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에 너무 들떠서 설명을 미리 못한 게 문제였다"며 "시사회에 가족들을 다 데려오셨던데...화가 많이 나셨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눈맞춤방에서 박 변호사를 마주한 황 반장은 "나한테 미안해?"라며 "눈빛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진심이었는지, 가식이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정말 미안하죠. 영화의 제일 큰 수혜자가 바로 저인데, 너무 들떠서 반장님의 분량 실종에 대해 미리 말씀을 못 드렸다"며 사과했다. 황 반장은 "약촌오거리 사건을 수사하다 강제로 손을 떼고 좌천까지 당해 화병, 뇌경색까지 겪었다. 같이 고생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연대가 여기까지인가 생각도 했다"고 털어놨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며 진심으로 사과한 박 변호사는 한 가지 더 놀라운 고백을 했다. 재심을 위한 수사를 앞두고 황 반장을 찾아가기 전, 이미 황 반장을 '이용'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것. 박 변호사는 "법정 분위기 너무 안 좋아서 재심 기각이 될 판이었는데, 이 사건에 사람들이 공감하려면 퇴직 형사가 다시 진범을 잡으러 간다는 그림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에 황 반장은 "나를 이용한 거네?"라고 물었고, 박 변호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MC들은 "쉽지 않은 말인데...위기상황에선 정직이 최고의 힘이다"라며 놀라워했다. 박 변호사는 "반장님이 수사 허락을 안 하시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최 군(약촌오거리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던 사건 당시 15세 소년)과 상봉이라도 성사시키자는 게 플랜 B였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박 변호사의 진솔한 고백을 들은 황 반장은 "사실 영화 보고 나와서 박변과 인연을 끊으려고 했는데, 박변의 사주를 보니 정말 큰일을 할 사람이라더라"고 말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이어 두 사람은 "진범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고는 황 반장이 사무실에 손도끼를 갖다놓은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지었고, 황 반장은 "약자에게 큰 기둥이 돼 준 박 변호사를 내가 공식적으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선택의 문' 앞에 선 황 반장은 "이제 어디 가서 절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박 변호사는 "절반만 받아들이겠다. 미안한 마음은 평생 가져가되, 함께 다니고 싶다. 지금도 고통받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희생자 유가족의 마음을 반장님과 함께 더 챙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황 반장은 "그 생각을 미처 못했는데, 상기시켜줘서 고맙다. 내 서운함이 다 날아갔다"며 함께 문을 나서 '해피엔딩'을 장식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