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 미명하 재정 낭비, 사업 부실 지적 제기

[금강일보 최일 기자]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지역사업, ‘지역균형뉴딜’에 75조 3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한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충청권 4개 시·도 등의 지역균형 뉴딜 추진 방안이 발표된 직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타당성조사와 지방재정투자심사가 면제된다면 재정 낭비와 사업 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안전장치 없는 사업은 국민의 세금 부담을 가중사키고,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5년간 160조 원이 들어가는 한국판 뉴딜 예산의 47%인 75조 3000억 원을 지역균형뉴딜에 투입하기로 한 정부는 지역균형뉴딜을 한국판 뉴딜과 연계, 지역의 활력을 제고하고 균형발전을 기하려는 것인데, 새 전략을 세우는 게 아닌 목표와 수단이 불명확한 기존 한국판 뉴딜(디지털+그린 뉴딜) 사업을 지역에 배분하는 것으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딜 사업의 예시로 든 첨단도로 교통체계 구축, 스마트도시, 그린산업단지 등 디지털로 포장한 토건사업들도 즐비하다는 점에서 타당성에 대해선 더욱더 치밀한 평가를 해야 하는데도 정부는 타당성조사(500억 원 이상 사업)와 지방재정투자심사(기초단체 200억 원, 광역단체 300억 원 이상 사업)를 면제 또는 간소화하기로 해 재정이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전 안전장치를 통해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지만 ‘공모, 지자체 주도, 공공기관 매칭’ 방식으로 추진한다고 하니 관리·감독 부재로 인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소중한 국민의 돈을 제대로 쓰느냐가 문제다. 이에 국가재정법과 지방재정법에선 타당성조사·재정투자심사 등을 거쳐 예산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국가채무 논쟁도 뜨거운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선언만으로 국가재정의 기준을 흩뜨려 놓는 건 옳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의 대규모 투자는 각종 부조리에 얽힐 가능성이 높다. 재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 재정 지출을 제대로 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사실상 무시하는 현 정부의 잘못된 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특혜성·선심성 지역균형뉴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나서 지역균형뉴딜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니 각 지자체들이 사업 유치 경쟁에 혈안이다. 시·도지사들은 대통령 앞에서 PT(프레젠테이션) 경연까지 했다”며 “지역균형뉴딜의 실체가 뭔가? 두루뭉술하고 애매한 사업들을 그린 뉴딜에 억지로 끼워 맞춘 재탕·삼탕들로, 차기 지방선거를 의식한 ‘지역 예산 뿌리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윤 대변인은 “4차 추경까지 거친 올해 국가채무는 800조 원, 2022년에는 10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이 어려워 4차 추경 전액을 국채로 충당하고 2차 재난지원금은 선별을 거듭해 지급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런데 실체도 불분명한 사업에 또 예산을 퍼붓는다면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시름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겠는가”라며 “국민 세금은 정부가 생색낼 때 쓰는 쌈짓돈이 아니다. 뉴딜 예산을 철저히 검증해 혈세가 허투로 쓰이는 일이 절대 없도록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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