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 만족스럽지 못한 교육發 청산
실태조사만 하고 바로잡지 않아
“예산 지원하고 협의후 청산해야”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교육현장에 숨어있는 일제강점기 식민 잔재 청산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일제 잔재 청산이 광복 75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육현장의 해묵은 숙제로 남아있는 게 그렇다.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무엇보다 교육당국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학교현장에 일제 잔재가 여전한 걸 보면 썩 만족할 분위기는 아닌 모양새다.

전국 학교현장 곳곳에 남은 일제 잔재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을)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교육청 주관으로 조사를 완료한 곳은 광주와 전남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 지역 역시 조사를 완료했을 뿐 실제 청산 작업은 현재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전국의 교실엔 일제 잔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상당수 교육청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는 교육현장에 존재하는 식민 잔재 등의 실태조사를 완료하고도 정작 청산 작업엔 소극적이라는 데 있다. 지난해 민족문제연구소가 서울 관내 학교의 친일 잔재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음에도 서울교육청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사나 청산 작업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데 관련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간하고 친일 잔재로 확인된 학교의 상징물 등을 교체하는 작업에 예산을 지원한 광주와 전남교육청 움직임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충청권도 전국적인 흐름과 별반 다르진 않다. 정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나름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일제 잔재 실태를 파악하고 이와 관련한 토론회 등 청산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충청권 교육청은 대전과 충남 뿐이었다. 세종과 충북은 관련 사업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세종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관내 학교 현장의 일제 잔재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모두 파악했고 조치할만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 관련 사업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며 “올해도 세종시와 지역에 남은 일제 잔재 조사 활동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나마 대전의 경우 대전교육정책연구소에 실태 분석을 의뢰했으나 실제 청산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친일 의혹이 짙은 인사에 의해 만들어진 교가 교체 작업을 야심차게 추진한 충남은 그 속도가 현저히 더딘 처지다.

정 의원은 “올해가 광복 75주년인데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학교라는 공간에 일제 잔재가 청산되지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우리가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학교에 남아있는 친일 행적 상징물과 시설 등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예산을 학교에 지원하고 교육공동체 협의를 통해 해묵은 식민 잔재를 하루빨리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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