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근절 수단” 찬성 속 “사랑의 매 간섭” 반대 우세 분위기

한 맘카페 운영진들이 자녀 징계권 삭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최근 5년간 아동학대 행위자별 발생 현황'. 보건복지부 제공

[금강일보 김정섭 기자] <속보>=부모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이 16일 국회에 제출된다. 자녀에 대한 ‘필요한 징계’ 부분을 삭제해 자녀 체벌이 금지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만큼 국회를 통과, 시행에 들어갈 경우 찬반 양론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천안 의붓아들 캐리어 사망 사건 등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도입됐다는 점에서 취지는 공감할 수 있으나 순수한 가정 내 ‘사랑의 매’까지 국가에서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일각에선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훈수한다. <본보 6월 12일자 3면 보도>

법무부에 따르면 기존 민법 915조는 친권자가 아동의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해당 조항은 60여년 간 부모의 자녀 체벌을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로 인식돼 왔고 이번에 이를 삭제하려는 거다.

국회 통과라는 관문이 남은 가운데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크게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는 의견 상충으로 귀결된다.

김지영(47·여·대전 유성구)씨는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지금까지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부모의 자녀 체벌을 정당화해오지 않았나 싶다”며 “특히 아동학대는 가정 내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제는 자녀 훈육에 체벌이 수반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떨쳐낼 때가 됐다”고 견해를 밝혔다. 아동학대가 가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최근 5년간 아동학대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5~2019년 아동학대 건수는 10만 7431건이었으며 이중 77.4%인 8만 3193건이 부모가 행한 학대였다.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봐야 알겠지만 분위기로는 반대 의견이 우세해 보인다. 안영지(44·대전 중구) 씨는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 엄하게 꾸짖고 필요하다면 ‘사랑의 매’도 들어야 한다고 본다. 무작정 타이르는 것으로는 교육이 안 된다”며 “자격이 없는 부모들에 한정해 징계권을 박탈하고 아울러 아동학대 신고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젊은 엄마들사이에서도 체벌의 필요성이 동의를 얻는 모양새다. 한 맘카페를 들여다보니 “어느 정도 체벌은 있어야 한다”, “나라에서 체벌을 막는다면 기본 예의도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 “가정폭력범의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 등 자녀 징계권 삭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상당했다.

전문가들은 훈육과 학대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전아동복지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박지영 씨는 “현재 부모 세대는 체벌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자녀를 때리는 것 외에 다른 긍정적인 훈육 방법을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며 “무조건 못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부모들은 체벌이 폭력적인 행위이고 이것이 학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당부했다.

 

정섭 기자 toyp1001@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