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여행 속에서 찾은 관심과 꿈
전시회 무산되고 한동안 문 닫았지만
위기를 기회의 시간으로 활용
대전 대표브랜드되기 위해 고민

[금강일보 강정의 기자]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를 만든다는 건 하나의 이야기를 담는 예술과 같다. 단순한 유리가 아닌 색유리를 이어 붙이거나 유리에 색을 칠해 무늬나 그림을 나타내는 하나의 스테인드글라스 창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선 어떠한 색과 디자인을 넣어야할 지 창조적 고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고민과 생각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그 결과물이 스테인드그라스에 투영되는 거다. 어느덧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활동한 지 3년차에 접어든 임동이(30·여) 비베렌토 대표는 본인을 채찍질하는 데 여념이 없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창업 안정화기에 다다른 그가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의미하는 비베렌토(VIVE LENTO)의 삶을 살고자 했던 초심이 변질돼 현실에 안주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문득 들어서다. 이는 임 대표뿐만 아니라 여느 창업가들 또한 겪게 되는 고민이자 풀어야 할 숙제다. 코로나19라는 변수에서도 굴하지 않고 오직 창작품 제작을 위한 고민에 빠져있는 그를 만나 봤다.

◆5년간 몸담았던 직장 떠나 찾은 ‘꿈’

“‘내가 관심을 갖고 잘하는 것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5년간 몸담았던 첫 직장 생활을 마감했어요. 퇴사 당시 아무런 계획도 없었고 솔직히 제가 어떠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지, 무엇을 잘하는 지도 모르는 채 그만뒀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장래희망란에 무엇을 채워야할 지 고민했던 게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던 셈이죠.”

그러나 임 대표의 고뇌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창업의 길에 들어선 거다. 임 대표는 그가 걸어온 길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었던 우연찮은 기회에 새로운 꿈을 찾았다.

“회사를 나온 후 5년의 직장생활 기간 무엇을 해오며 지냈는지 사진첩과 그간 메모들을 살펴봤어요. 틈틈이 여행하며 찍었던 사진들을 유심히 보니 유독 유리가 찍힌 사진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문득 사진 속에 모아진 유리들을 보니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창업의 문에 들어서있더라구요.”

처음 창업을 하는 그에겐 분명 어려움도 따랐다. 여느 창업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난과 같다.

“주변에 창업 지원금 제도가 있다고 해서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찾아봤지만 실질적으로 분야에 맞게 도움이 되는 제도는 없더라구요. 특히나 모든 창업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창업공간을 임대하는 부분이 가장 컸고 회계적인 부분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죠. 많은 청년들이 창업을 할 때 각 업종 운영에 필요한 기초적인 세무회계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했어요.”

그럼에도 그가 대전에 둥지를 튼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가 창업의 선두에 내세웠던 비베렌토와 관련이 깊다.

“대학 시절 서울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는데 문화적인 인프라 등이 잘 형성돼 있어 다양한 체험을 하는 데 있어선 장점이 많았지만 매일같이 경쟁에 시달려야 했어요. 반면 대전이 ‘살기 좋은 도시’로 알려진만큼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도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었죠.”

◆코로나19 습격에도 ‘위기를 기회로’

“창업을 한 지 이제 3년차인데,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는 요즘입니다. 꾸준히 사람들이 찾아주는 공방은 어떤 곳일까 고민도 하고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도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고민을 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한 임 대표의 타격 또한 만만찮다. 생애 첫 개인 전시회가 무산되고 그가 진행하고 있는 수업이 연기된 게 그의 어려움을 대변해준다. 그는 지역에선 최초로 스테인드글라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심적으로 많이 힘들거라 생각해요. 저 또한 올해 전시 계획이 있었지만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로 취소되고 지난해 가장 많이 공들였던 작품이 나오는 영화가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불안에 떨기도 했죠. 지역 최초로 스테인드글라스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7주간 수업을 쉬기도 했어요.”

그는 위기의 시간을 기회로 삼았다. 어차피 겪어야할 고난이었고 그에겐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쌓여있어서다.

“올해 초 공방 이전을 준비하고 있던 차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참에 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렇게 7주라는 시간동안 개인 작업에 열중을 하는 동시에 공방을 내동에서 월평동으로 이전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창업 3년차에 있어 다시금 제가 뛰어든 분야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듬는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그는 현재 월평동에 터를 잡았지만 타 지역에서도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선 보기 드문 스테인드글라스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거다.

“현재 ‘대동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해 공예 분야 멘토로 활동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스테인드글라스라는 분야가 흔치 않다보니 대동 지역 마을활동가분들이 공방에 찾아와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을 배우고 다시 그 분들이 문화소외계층, 노인, 청년들에게 재능 기부를 해주는 방식으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성심당’ 아닌 ‘비베렌토’가 되길

“비베렌토라는 브랜드가 언젠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성심당’처럼 대전하면 딱 떠오르는 지역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대전 내 문화생활 활성화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쉽고 다양하게 시민들이 접할 수 있을 지 많은 고민들을 하고 후에 수많은 시행착오 또한 예상되지만 언젠간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 ‘비베렌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죠.”

꿈은 분명 누군가에겐 희망의 메시지이자 삶의 목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꿈이 없다고 무조건 좌절할 필요 또한 없다는 게 임 대표의 조언이다.

“꿈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어요. 언젠간 반드시 꿈을 찾게 될 거고 그 꿈을 향해 한발씩 나아가는 자신 또한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지금 당장 꿈이 없다고 해서 이게 잘못됐다고 할 수 없어요. 저 또한 뒤늦게 꿈을 찾았고 전공과는 무관하지만 열정과 노력이 있기에 전공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뿌듯해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분야에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헬조선(지옥을 뜻하는 hell과 조선의 합성어로 대한민국이 살기 힘들고 희망이 없음을 풍자하는 말)이라는 부정적인 현실을 보여주는 단어가 청년들의 입에 연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어찌보면 청년들이 사회에 나온 이후 줄곧 경쟁에만 치여 살아야하는 안타까운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청년들이 경쟁에 치여 마음에 여유가 없어보이는 걸 보곤 해요.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인생을 꾸려야하니 쉼표 하나 없이 달리면 너무 힘드니까 여유를 가졌으면 해요. 저희 공방 이름이 비베렌토, 즉 라틴어로 느린 삶, 여유로운 삶이라는 뜻이듯 조바심 갖지 말고 청년들이 느리지만 천천히 꿈을 준비하고 만들어갔으면 바랍니다.”

글·사진=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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