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계룡산시대’는 왕조와 일부 권력자에 의한 통치의 시대가 아니라, 백성(국민)이 주인인 시대를 말한다. 따라서 세종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신행정수도의 역할을 넘어 미래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국민이 주인이 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수도(首都)로서의 위상이 돼야 한다.

풍수적 관점에서 수도는 큰 산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둘러싸인 내륙 산간 분지의 형태를 이루는 장풍국(藏風局) 지형과 큰 강과 넓은 평야가 있는 득수국(得水局) 지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장풍국은 정신과 정치에 우선하고, 득수국은 물질과 경제에 우선하는 입지 조건이다. 고려와 조선의 도읍인 개성과 한양은 장풍국의 지세로 경제보다는 정치와 권력이 우선되었고, 지금의 서울은 경제와 물질이 우선돼 정신과 철학이 미약하다. 따라서 지금부터 준비하는 미래의 수도는 장풍국과 득수국을 모두 골고루 갖춰 정신과 물질, 정치와 경제가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는 명당을 찾아야 한다.

일찍이 풍수가들은 이에 걸맞은 자리로 계룡산과 금강이 어울려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을 이루는 명당의 자리를 지목했다. 풍수도참사상에 의하면, 송악산과 개성을 중심으로 400년의 도읍이 지난 후, 삼각산(북한산)과 한양을 중심으로 600년의 도읍은 왕조의 시대를 이끌어 가며, 그 시대가 지나면, 계룡산과 금강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명당의 도읍(수도)은 800년이며, 이때부터는 백성이 주인인 시대가 온다고 했다. 풍수를 통한 도읍의 지목이 개성에서 한양, 계룡산으로 이어져, 북쪽에서 남쪽으로 지세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이제야 비로소 백성이 주인인 계룡산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이다.

국가의 수도를 선정하는 기준과 방법은 여러 측면에서 다각도로 검토돼야 할 사항이지만, 사람이 살아가고, 국가를 이끌어갈 입지 선정은 풍수적 판단도 중요한 요소다. 풍수는 자연의 이치와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온 동양 철학의 근본임으로 특정 개인이나 계층에 맞게 선정돼선 안 된다. 계룡산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계룡산시대의 시대정신은 최우선적으로 국민이 주인임에 모든 관점을 둬야 한다. 풍수의 지세를 통한 명당을 선정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인간 중심, 국민을 위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예술, 체육, 산업 등으로 대변혁을 이뤄야 함을 잊어선 안 된다. 모든 국민은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개인의 이익이 아닌 대명제인 국민을 최우선으로 정치 제도의 변화에 동참함이 중요하다.

계룡산시대는 어느 누구 개인에 의해 완성될 수 없다. 고려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도읍으로 신도안을 지목한 이성계, 조선의 시대가 힘들고 고난할 때 새로운 도읍을 꿈꾼 수많은 지인들과 이 땅의 모든 백성들의 노력이 함께 있었다. 현대에 와서 민주주의 국가의 틀을 세운 이승만 정부를 시작으로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지도자들을 거치면서 계룡산과 금강이 품고 있는 대전, 세종, 공주, 논산, 계룡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에 시대를 함께하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우리 국민들에 의해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하나씩 변화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계룡산시대를 주창하는 풍수가의 입장에서 중요하고 안타까운 점은 모든 일은 때[時]와 장소가 있고, 운(運)이 있어 3박자가 맞아야 한다. 흔히 운은 사람의 힘을 초월하고 일이 좋게 이뤄짐을 뜻하지만, 사전적으론 옮기거나 변화를 의미한다. 고려와 조선의 시대가 옮겨졌고, 개성과 한양의 시대가 옮겨지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장소가 계룡산과 금강이 만들어낸 명당으로 준비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기운이 국민이 원하는 바람직한 민주주의로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에 의한 정치가 되고 있는가. 고려와 조선의 시대인 왕조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민주주의 건국 이후 강력한 대통령중심제의 정치구조는 표현상 국민을 섬긴다고 하지만, 또 다른 제왕적 권위주의를 만들고 이를 쟁취하고자 하는 일부 세력의 소유물로 전락하고 있다. 또한 청와대의 권위를 견제하기 위한 국회와 대법원 등 최고 권력기관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권위를 지키면서 국민들을 섬길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진행되는 세종시에 청와대 집무실과 국회 분원 설치도 중요하지만, 이에 우선해 국민을 섬길 수 있는 제도 개혁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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